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을 위해 국회에서 경호권이 발동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당원들이 국회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패스트트랙 법안 제출을 위해 국회에서 경호권이 발동된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당원들이 국회 관계자들과 몸싸움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선거제도 개편안 및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검경수사권 조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리려는 여야4당과 이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일부 바른미래당의 힘겨루기가 험악한 상황까지 만들며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여야4당이 합의한 패스트트랙 처리 시한(25일)을 이미 넘긴 가운데 금명간 결론이 지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패스트트랙 성사 여부에 따라 향후 정국도 급변할 것으로 보인다.

◇ 패스트트랙에 오를 경우

여야4당이 합의한 3건의 ‘패키지’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일단 오르게 되면 한국당으로서는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된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서 최장 180일 이내 심사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90일간 체계·자구 등 세부 심사를 받게 된다. 이후 본회의 자동 상정 절차를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 초 본회의 표결이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당도 자당의 입장을 법안에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협상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에 법안이 오른 이후에 한국당과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이(패스트트랙) 절차로 각 법률안들이 최종 통과된 것도 아니고 언제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구조다. 단지 국회법에 따라 패스트트랙이라는 절차에 돌입한 것뿐인데, 한국당은 온갖 험한 말들을 동원하며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며 핏대부터 세우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 같은 논리다.

다만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 모두 여야 이견이 뚜렷한 사안이기 때문에 본회의 표결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밖에 없다. ‘패스트트랙 결사반대’를 외쳐왔던 한국당과 일부 바른미래당으로선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서게 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찬반이 갈린 바른미래당이 분당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바른미래당이 선거법 개정안의 수혜를 누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내분을 극복하고 법안 통과를 위해 단결할 수도 있다.

◇ 패스트트랙이 무산될 경우

한국당과 일부 바른미래당 세력이 패스트트랙을 막는 데 성공할 경우, 정국 급랭은 물론 문재인 정부의 정치개혁·사법개혁 과제도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20대 국회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 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21대 국회의 과제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막기 위해 점거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운영위원장실로 향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추진을 막기 위해 점거 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찬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운영위원장실로 향하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뉴시스

공수처법에 반대하는 자당 의원들에 대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 절차를 강행해가며 패스트트랙 합의를 이행하려 했던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진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당을 이탈할 명분도 생긴다. 바른미래당의 원내교섭단체 지위가 무너지면 정국도 크게 뒤바뀐다. 사안에 따라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 중재를 해왔던 ‘제3당’이 흔들릴 경우 국회는 과거의 거대 양당구도로 회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찬성파’와 ‘반대파’의 전략은?

26일 새벽 4시가 다 된 시각까지 ‘전면전’을 벌이던 국회는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국회법 위반으로 고발 조치했고, 한국당은 자당 여성의원과 신체접촉 논란이 오간 문희상 국회의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찬성파 여야4당은 이날 중 전략을 재정비해 패스트트랙 처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회 내 몸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한국당에 의해 사실상 무력해진 상황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할 것이란 방침이다. 여야 모든 정당은 주말까지 ‘비상대기’ 상황을 원내에 공지하고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한 전의를 다질 전망이다.

사개특위 사·보임으로 ‘패스트트랙 갈등’을 최고조에 달하게 만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자당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그동안 누구보다 사법개혁의지를 가지고 일해오신 두 분의 마음에 상처를 드려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두 분이 느꼈을 실망감을 생각하면 더욱 송구한 마음”이라며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어 “다른 의원님들께도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죄송한 마음이다. 잠시 성찰과 숙고의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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