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회원국 가운데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2곳이다. 가장 높은 명목 세율을 적용한 나라는 일본(55%)이다. / 그래픽=시사위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2곳이다. 가장 높은 명목 세율을 적용한 나라는 일본(55%)이다. /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최고세율이 50%에 이르는 상속·증여세로 인해 대한민국에 장수기업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중소기업 대표들과 경제학자들은 높은 상속·증여세율이 가업을 승계해 장수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처럼 한국에 장수기업이 없는 이유는 높은 상속·증여세율 때문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22곳이다. 가장 높은 명목 세율을 적용한 나라는 일본(55%)이고, 뒤이어 한국(50%), 프랑스(45%), 영국·미국(40%), 스페인(34%)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은 최대 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할 경우 최대 30%의 할증이 붙게 돼 최고세율이 65%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이 경우 일본을 넘어선다.

각 나라별 가업상속 공제혜택을 적용했을 때 명목 세율은 독일 4.5%, 프랑스 11.25%, 벨기에 3% 등이다. 다만 한국은 가업상속 시 세율 감면은 없고, 대신 200~500억원 규모로 세액 공제를 하고 있다. 다만 요건이 까다로워 적용받기 어렵다는 게 경총 측 주장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경제활력과 기업 관련 세제개편 세미나’에서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인의 경영 의욕과 장기적인 기술축적을 가로막는다. 상속세 부담으로 장수기업이 우리나라에서는 나올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지난 22일 조선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업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고려해 일본이나 독일처럼 현실적인 상속 세제를 운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5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첫 정책토론회에서 “현행 상속 세제가 장수기업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지부터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은 한국보다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적용하고 있지만, 장수기업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보다 상속·증여세율이 10% 낮은 미국은 일본에 이어 장수기업을 많이 보유했다. 상속·증여세율이 높은 것과 장수기업 육성 상관관계를 확인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이 가업 승계를 통해 장수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걸림돌로 ‘상속·증여세 부담’을 지목하고 있어 ‘틀린 주장’이라고 정의하기도 어렵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018년 중견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중견기업의 84.4%가 가업 승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가장 큰 이유로 ‘상속·증여세 부담(69.5%)’이라고 답했다.

중소기업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 중소기업 가업 승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력 10년 이상 중소기업 500곳 중  69.8%가 가업 승계 과정의 주된 어려움으로 ‘상속세 등 조세부담’을 꼽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26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이 높은 편이라는 경총 측 주장을 확인하기 어렵다. 주요 나라별로 사례를 받아 연구하려 한다”며 “전체적으로 그런 부분에 대해 공식적으로 자료를 수집해봐야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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