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좌진 및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선거제 개편안과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놓고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26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의안과 앞에서 여야 의원을 비롯한 보좌진 및 당직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벌인 ‘육탄전’이 법적 공방으로 확전될 조짐이다. 양당은 서로 상대 정당 소속 의원과 보좌진, 당직자 수십 명을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다. 여기에 추가 고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피고발인 규모가 국회 역사상 최대로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미 상대 당의 원내대표를 포함한 보좌진·당직자를 무더기로 고발한 상태다. 민주당은 나경원 원내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의원 18명과 보좌진 2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2차적으로는 “의안과 점거 행위를 한 신원 미상의 보좌진 및 당직자 전원”을 고발조치하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한국당은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의원 17명을 고발했다.

문제는 국회의원 신분이 아닌 보좌진과 당직자다. ‘보좌진 총동원령’으로 패스트트랙 사태에 ‘전진 배치’됐다가 고발당할 위험에 처한 보좌진들은 애가 타들어가는 모습이다. 국회법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받게 될 경우 공직선거법에 따라 피선거권까지 제한되므로 정치인의 꿈을 키워가던 보좌진들에겐 더욱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 소속 중진 의원을 보좌하는 한 보좌진은 29일 <시사위크>와 만나 “이번에 민주당이 세게 나온다. 의원들이야 자기들끼리 치고받거나 회의실 출입을 막은 것을 어떻게든 (서로) 합의하면 되는데 보좌진들은 아니다. 특히 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 때문에 의안과나 의원 출입을 통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한 번 (실형) 걸리면 사실상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했다.

국회에 근무하는 보좌진들의 익명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 숲’에도 최근 사태에 대한 우려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한 보좌진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영감(의원)님들 싸움에 보좌진 등만 터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몸싸움, 고성, 욕설의 선두에 우리 보좌진들이 있는데 나중에 우리들만 수사 받고 재판 받고 빨간 줄 생기는 것은 아닌지 매일같이 걱정한다. 총선이 1년 남았는데 앞으로 내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사실이다. 한참 동료 보좌진들과 싸우고 집에 가면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보좌진 역시 “영감들은 연봉 1억이 넘고 설령 문제가 생겨도 뒤를 봐줄 든든한 동료의원들이 지켜줄 것이지만 보좌진들은 어떠한가. 오늘 열심히 일해도 내일을 보장 받기 어려운 비정규직 신분”이라며 “의원들께서는 위법부당한 일을 애꿎은 보좌진에게 지시하지 말라”고 했다. 또 다른 보좌진은 “어르신들이야 더 이상 아까울 것 없겠지만, 젊으신 분들은 빨간 줄 하나에 인생이 발목 잡힌다. 오늘의 소동은 곧 잠잠해져도 누군가의 원한은 평생 소란스럽다”고도 했다.

보좌진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불안감이 한국당의 투쟁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황교안 대표는 ‘내부 단속’에 들어갔다. 황 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저는 고소, 고발장이 들어오면 그것을 수사하고 처리했던 법조인 출신이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분명히 약속을 드린다. 우리 당력을 다 기울여서 반드시 끝까지 고소, 고발당한 분 지켜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총알받이 금지법’ 발의… 민주당 ‘무관용 원칙’

민주당은 이번 패스트트랙 저지 농성을 일으킨 한국당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은 이미 확보되어 있는 각종 채증 자료들을 면밀히 분석하여 한국당의 국회 내 모든 불법 행위를 낱낱이 찾아내 추가적인 고발 조치에 나설 방침”이라며 “한국당이 저지른 이번 국회 내 폭력 행위에 대해 추후 고소고발 취하 등 일말의 자비와 용서는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민주평화당은 국회의원들의 싸움에 보좌진을 앞세울 수 없도록 하는 일명 ‘총알받이 금지법’을 발의했다. 정당의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이 국회 보좌직원과 당직자들을 앞세워 회의를 방해하거나 폭력사태를 일으킨 경우 동원하거나 교사한 국회의원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회의의 원활한 진행과 폭력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되었지만, 또다시 폭력사태가 재현되는 등 법 도입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정당의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은 보좌직원과 당직자들을 앞세워 회의를 방해하고 폭력사태를 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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