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벤져스’가 엄청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CGV가 ‘어벤져스’ 상영을 위해 ‘미성년’의 상영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영화 ‘어벤져스’가 엄청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CGV가 ‘어벤져스’ 상영을 위해 ‘미성년’의 상영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영화 ‘어벤져스:엔드게임(이하 어벤져스)’이 폭발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가운데, CGV가 ‘어벤져스’ 상영을 위해 예정돼있던 다른 영화의 상영을 취소해 논란에 휩싸였다. 이전부터 끊이지 않았던 스크린 독과점 논란과 이어지며 돈벌이를 위해 문화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최근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미성년’을 예매한 관객이 극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상영 취소 양해를 구하는 전화였다”며 “총 3,058개 중 2,800개에 육박하는 스크린을 확보한 특정 영화의 자리를 더 늘리기 위해, 이렇게 어떤 영화들은 튕겨 나간다. CGV가 가난한 회사도 아니고,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무섭다”고 적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CGV가 ‘어벤져스’를 더 많이 상영하기 위해 ‘미성년’을 예매한 관객에게 전화를 걸어 상영 취소 양해를 구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성년’은 유명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으로 순제작비가 20억원대인 소규모 영화다. 감독이자 주연으로 나선 김윤석을 비롯해 염정아가 출연하고, 김희원, 이희준 등 유명 배우도 조연으로 힘을 보탰다. 다만, 흥행과 수익을 최우선시하는 보통의 상업영화와는 전반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지난 29일까지 동원한 관객 수도 28만 명 정도다.

지난 11일 개봉한 ‘미성년’은 ‘어벤져스’ 개봉 이후 자연스레 입지가 크게 줄어들었다. 상영관은 물론 상영횟수도 줄어들었고, 그마저도 대부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 시간대에 배정받고 있다. 반면, ‘어벤져스’는 개봉 직후 흥행 열풍을 일으키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극장에 ‘어벤져스’밖에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스크린과 상영횟수도 압도적이다.

이런 가운데, 아예 상영을 취소하는 일까지 벌어지자 일부 영화팬 및 영화계 인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극장가를 점령한 ‘어벤져스’를 한 번이라도 더 틀기 위해 비교적 작은 영화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같은 멀티플렉스 업계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영을 예정하고, 예매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이를 취소하고 다른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는 없다”며 “관객 수의 문제를 떠나 극장의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CGV 역시 이례적인 일이었다는 입장이다. CGV 관계자는 “정확히 어느 영화관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이런 경우 예매한 고객에게 반드시 양해를 구하고 동의를 얻은 뒤에만 상영을 취소할 수 있다. 고객이 수락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기존 영화를 상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성년’을 예매한 관객 수가 1~2명 수준으로 극히 적은 상황에서 ‘어벤져스’는 매진 또는 좋은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관객이 많았다”며 “보다 많은 관객들이 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또한 멀티플렉스 극장의 역할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벌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산업 업계 일각에서도 CGV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있다. 한 관계자는 “‘미성년’의 경우 이미 개봉한지 2주가 된 시점이었고, ‘어벤져스’는 개봉 직후 큰 화제를 모으며 모처럼 극장가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었다”며 “다른 영화들도 애초에 ‘어벤져스’를 피해 개봉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많은 관객들을 소화하는 것이 이후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영화를 돕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부터 끊이지 않고 있는 특정 대기업 멀티플렉스 및 배급사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와 맞물려 싸늘한 시선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독립영화계 관계자는 “모든 생태계는 다양성이 가장 중요하다”며 “흥행이라는 미명 뒤에 자본의 논리가 숨어 군림한다면 결과적으로는 공멸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CGV 관계자는 “해당 고객을 비롯해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에게 송구스럽다”며 “CGV는 아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등 영화의 다양성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기울여오고 있고, 앞으로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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