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르면, 정부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 / 뉴시스
헌법 제8조 제4항에 따르면, 정부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다.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역대 최다 기록이다. 자유한국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 126만명(30일 오후 5시 기준)이 동의를 표시했다.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해당 청원 역시 게시된 지 하루 만에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곧 20만명을 돌파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 요건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청와대도 정당 해산에 대한 정부의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 정당해산심판 규정한 ‘헌법 제8조 4항’

그렇다면, 청원의 요청대로 정당 해산은 가능한 것일까. 청원인은 과거 통합진보당의 해산 판례를 근거로 정당을 해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통진당은 박근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해산 명령을 받았다. 당시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를 추구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정당 해산을 결정했다. 결국 정당 해산 절차의 첫 시작은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되는 셈이다.

청구인은 정부다. 정당의 해산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헌재만 갖고 있다. 재판관 7인 이상이 출석한 가운데 6인 이상이 찬성해야 정당 해산을 명령할 수 있다. 해당 정당은 선고 이후 당해년도 안에 해산을 실행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통진당 해산을 주도한 당시 법무부 장관은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다. 그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통진당 해산을 자신의 치적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황교안 대표가 정당 해산 여론에 맞부딪쳤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청와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청와대

관건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사유다. 국민청원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보수와 진보진영의 지지층 결집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100만명 이상이 정당 해산을 동의했다는 점에선 한국당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정부의 고민은 헌법 제8조 4항에 있다. 헌재에 정당 해산을 제소하기 위해선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통진당의 경우엔 정부가 ‘위헌정당’으로 주장할 근거가 있었다. 바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다. 당시 통진당 소속 현역이었던 이석기 전 의원이 내란음모·내란선동·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당이 체제 전복 목적의 집단으로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당의 경우 위헌정당으로 주장할 근거가 없다. 청원인이 비판한 정부 입법 발목잡기, 예산 삭감 등은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한 야당의 정치활동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거법·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이 위헌정당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가 헌재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원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헌법에서 정한 정당의 설립과 활동을 제약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청원수로 나타난 국민들의 의도와 불만은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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