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지 3사 중 한 곳인 한국제지가 11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한국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 제지 3사 중 한 곳인 한국제지가 11년 만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 한국제지 홈페이지 갈무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불안한 발걸음을 이어오던 한국제지가 결국 암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주 원재료인 펄프 가격 부담을 견뎌내지 못하면서 11년 만에 적자를 맛보게 됐다.

◇ 원재료 부담에 무릎 꿇은 한국제지

우려한 대로였다. 지난해 분기 내내 영업손실을 기록하던 한국제지가 결국 적자 전환됐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제지는 지난해 145억원의 영업손실을 안았다. 한국제지가 영업흑자에 실패한 건 2007년 이후 11년만이다.

당기순이익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외환차손과 유형자산손상차손 등 기타비용 증가로 인해 330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다. 유형자산손상차손이란 유형 자산의 미래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때, 이를 재무제표상 손실로 반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지난해 시장에서는 한국제지의 실적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올라 원가 부담이 커져 경영상 어려움이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2017년 영업익이 전년 대비 절반 밑으로 내려간 한국제지는 지난해 1분기부터 영업손실을 남기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한국제지가 북미와 남미, 동남아 등에서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펄프 가격은 3년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톤당 58만4,000원선이던 펄프 가격은 이듬해 65만6,000원까지 오른 뒤 지난해 81만,7000원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한국제지는 펄프 매입에만 3,054억원을 지출했다. 반면 LATEX 등 부재료의 톤당 가격은 같은 기간 2만원 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실제 한국제지의 원가 부담은 최근 3년 간 매년 3%씩 오르고 있다. 2016년 87% 수준이던 매출원가율은 1년 뒤 90%로 오르더니 지난해 93%까지 상승했다. 이로 인해 매출 증대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늘어나는 매출과 반대로 원가를 제한 매출총이익이 매년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매출총이익 보다 많은 판관비가 쓰이면서 결국 손실이 발생했다.

국내 제지 ‘빅3’ 중 적자가 발생한 건 한국제지가 유일하다. 업계 1위 한솔제지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5% 오른 1,114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무림P&P는 같은 기간 무려 129%의 신장율을 보이며 1,000억 문턱을 넘어섰다. 이들 두 회사와 한국제지의 성과가 극명하게 엇갈린 건 업체별 사업 구조의 차이에 기인한다.

한솔제지는 인쇄용지 외에도 패키징, 특수소재 사업에도 종사하고 있어 펄프 가격에 덜 민감한 편이다. 또 무리P&P는 국내 유일의 펄프 제조사다 보니 가격 인상이 오히려 수익 증대를 불러온다. 이와는 다르게 인쇄용지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제지는 원재료 가격에 상대적으로 더 휘둘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