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출구전략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한국노총 2019 노동절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양당의 이해찬 대표와 황교안 대표 /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출구전략에 대해 고심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한국노총 2019 노동절 마라톤대회에 참석한 양당의 이해찬 대표와 황교안 대표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치·사법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과정에서 맞부딪친 여야가 출구전략을 고심 중이다. 20대 국회가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는 21대 총선이 1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국경색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어느 쪽에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멈춰선 국회를 정상화하고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 등 ‘다음 수순’을 밟아야 하는 여당과 ‘정권 심판론’을 내걸고 총선을 치르려는 야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이후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제1야당이자 ‘협상 파트너’인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선포하고 강경투쟁 노선을 천명했다. 패스트트랙을 강행하며 내부 결집과 지지층 결속 효과를 얻은 반면, 국회가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민주당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추경이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강원도 산불 피해, 포항 지진, 미세먼지 대책 및 경기 대응을 위한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정은 이번 추경이 재해와 민생 대응 목적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몸싸움·고소·고발이 난무했던 패스트트랙 사태 후유증으로 여야 협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민생포기정당’ 프레임으로 한국당을 압박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미세먼지, 강원산불, 지진 등 안전을 위한 대책과 경제상황을 고려한 민생추경이 시급하다. 20대 국회에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법률안들도 이대로라면 사실상 폐기수순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한국당은 이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할 일은 하는 정당의 모습을 국회에서 국민께 보여드리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압박만 할 수는 없다.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면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입법은 물론 산적한 민생법안이 국회에 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치르는 원내대표 경선을 ‘터닝 포인트’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인영·노웅래·김태년(기호순) 의원이 후보로 나선 상태다. 신임 원내대표는 부임하자마자 교착 상태의 국회를 풀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 ‘정당 해산’ 청원, 여야 모두 부담

패스트트랙 저지에 실패한 한국당은 대여투쟁 노선을 강화하고 있지만, 당 안팎의 고민도 상당하다. 지난해 12월 있었던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한 나경원 원내대표가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반대 투쟁을 이끈다는 게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원 산불 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민생경제 관련 안건 처리가 늦어질 경우 한국당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국당의 정당 해산 청원이 10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은 심상치 않은 바닥민심을 반영한다. 맞불 성격으로 올라온 민주당 정당 해산 청원도 20만 명을 넘겼다. 국회의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되면 야당은 물론 모두가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될 수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꽉 막힌 국회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여당의 협상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한국당의 대화 의지도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대화와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며 “차기 원내대표가 임기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야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협의에 나서야 한다”라고 했다.

패스트트랙 사태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 외에 공식적인 발언을 삼가고 있는 청와대가 여야 5당 대표를 초청해 회동을 할 경우 국회 정상화의 또 다른 출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일단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이날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해서 논의조차 거부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고 한국당에 여야5당 원내대표 회동을 제안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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