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 목소리로 '장외 투쟁'을 주장했다. 대정부‧여당 투쟁 수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 투쟁'도 예고하면서 속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한 목소리로 '장외 투쟁'을 주장했다. 대정부‧여당 투쟁 수위를 끌어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이런 가운데 나경원 원내대표가 '원내 투쟁'도 예고하면서 속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 투톱이 대정부‧여당 투쟁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이 약간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황교안 대표는 1일 “이 정권의 머릿속에는 민생과 경제는 전혀 없고 오로지 선거 뿐”이라고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공동주택 공시지가 공개와 관련해 “경제가 어려운데 세금만 뜯어가는 정권이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은 투쟁을 위해 장외 집회도 예고했다. 황 대표는 “이 정부의 폭정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국민 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다”며 “민생 현장으로 달려가 국민들의 삶을 챙기고 힘들고 지친 국민들을 위해 민생 투쟁, 생활 투쟁을 하는 게 승리를 거둘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담아낼 집회, 범국민 서명운동 등과 함께 전국의 민생 현장을 찾아 국민과 함께 싸우는 국민 중심의 새 투쟁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당은 오는 2일 ‘문재인 STOP 00시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콘셉트로 황 대표가 대전‧대구‧부산 등 주요 지역을 방문하는 순회 집회를 열기로 했다.

반면, 나 원내대표는 황 대표의 ‘장외 투쟁’ 전략과 별도로 원내 투쟁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도 광장에서, 국회에서 우리의 투쟁을 계속한다.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많이 있다”며 “한국당 114명의 국회의원은 문재인 정권 좌파 독재에 맞서 국회 내에서 싸운다”고 말했다.

◇ 전략 차이 내비친 이유

한국당 투톱의 투쟁 방식 입장이 갈린 것은 ‘처지’ 때문으로 보인다. 황교안 대표는 ‘원외’ 인사로서 당내 리더십과 대선주자로서 국민적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장외 집회가 사실상 필수다. 황 대표 취임 이후 수차례 장외 집회를 치르면서 한국당의 지지층 결집도 이뤄내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투트랙 투쟁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 심사’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경북 포항 지진‧강원도 산불‧미세먼지 대책 관련 추경을 편성한 상태다. 한국당이 줄곧 ‘민생 국회’를 주장하는 만큼 추경 심사는 외면하기 힘든 상황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김관영 바른미래당‧장병완 민주평화당‧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에서 한국당의 추경 심사 참여를 요구했다. 이들은 “추경이 지난달 25일, 국회에 제출됐다. 한국당이 요구하던 내용들도 추경에 포함돼 있다”면서 “한국당에 간곡히 호소한다. 당장 내일부터 추경안 및 민생관련 법안 심의에 나서달라”고 말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세먼지, 산불, 포항 지진은 국회가 막혀있어도 처리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가 추경 심사를 이유로 당장 ‘장외 투쟁’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장외 투쟁이 막 시작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당장 전국 순회 투쟁이 예고된 만큼 쉽게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앞으로 추이를 지켜보며 복귀 여부에 대해 검토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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