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유력하게 검토됐던 천막농성은 실현 가능성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대한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유력하게 검토됐던 천막농성은 실현 가능성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자유한국당이 여여 4당의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에 원내외 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유력시 검토되는 방안은 천막농성과 전국 순회 집회다. 국회 의사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광화문광장에 이른바 ‘천막투쟁본부’를 설치한 뒤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황교안 대표의 의지는 강했다. 그는 패스트트랙 지정 전부터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해야 한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결사항전을 예고해왔다.

◇ 천막은 칠 때보다 거둘 때가 어렵다

실제 천막을 세운다면, 15년 만의 일이다. 16대 대선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 측이 대기업으로부터 약 823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일명 ‘차떼기 사건’이 발생하자 당시 당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의도 공터 한쪽에 천막을 쳤던 게 원조다.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덕분에 위기는 면했다. 참패가 예상됐던 17대 총선에서 121석을 확보하며 제1야당의 자리를 지켰다. 그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선거의 여왕’으로 불렸다.

따라서 한국당이 다시 천막당사 카드를 꺼낸 것은 당 안팎으로 높아진 위기의식의 발로라고 해석될 만하다. 그만큼 절박해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15년 전 세웠던 천막당사와는 사뭇 다르다. 당시엔 당사를 매각하고 천막으로 전부 이전을 했다.

이번엔 대표 집무실만 이전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30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천막을 치는 것과 당사를 이전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은 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제와 공수처 등에 대해 국민 속으로 가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차떼기 사건으로 당이 최대 위기에 몰리자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꺼낸 카드가 바로 천막당사였다. / 뉴시스
차떼기 사건으로 당이 최대 위기에 몰리자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꺼낸 카드가 바로 천막당사였다. / 뉴시스

하지만 확답은 없다. 내부 이견으로 천막당사 설치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구전략 없이 장외로 나갔다간 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현실적 고민이 엿보인다.

여론도 종잡을 수 없다.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56만명(1일 오후 5시 기준)이 동의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지만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청원수다. 천막은 칠 때보다 거둘 때가 더 어렵다.

여기에 서울시의 승인 여부도 변수다.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려면 서울시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단 서울시는 불허 입장이다. 조례에 따르면, 서울특별시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해야 한다. 정치적 목적의 광장 사용은 금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의 허가 없이 광장을 점거하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시장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시작 전부터 난관이다. 결국 다른 투쟁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올 만하다. 지도부도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천막당사는 논의 과정에서 실무적 차원에서 논의된 것으로 안다”면서 “실질적으로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천막당사가 안겨준 승리의 기적은 재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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