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창립 21주년을 기념해 9년 만에 통큰치킨을 부활시키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시장 질서 교란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창립 21주년을 기념해 9년 만에 통큰치킨을 부활시키자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시장 질서 교란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롯데마트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마트가 9년 만에 내놓은 통큰치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줄 알았던 통큰치킨이 연례 행사가 될 조짐을 보이자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생존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자칫 2010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롯데마트는 신중 모드로 돌아선 모습이다.

◇ 말 바꾼 롯데마트에 제동 건 프랜차이즈협회

‘통큰치킨’이 바람 잘 날 없는 치킨업계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창립 21주년을 기념해 일주일간 선보인 5,000원 짜리 통큰치킨을 롯데마트가 재판매하자 프랜차이즈협회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1일 프랜차이즈협회는 롯데마트 측에 시중가 보다 크게 저렴한 치킨을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자제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다.

프랜차이즈협회가 이러한 요청을 하게 된 건 통큰치킨이 상시적으로 판매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본래 지난 3월 롯데마트가 9년 만에 통큰치킨을 부활시켰을 때만 해도 일회성에 그칠 계획이었다. 재판매 여부에 대한 궁금증이 제기될 때마다 롯데마트 측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두 달 만에 말을 바꾼 롯데마트가 상시 판매 속내까지 비추자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협회가 즉각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 행사가 일회성인 줄 알았는데 롯데가 매월 일주일씩 이벤트성으로 판매하는 계획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면서 “대기업들의 자본을 앞세운 이러한 행태는 비단 치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커피나 어떤 품목으로도 확대해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미끼상품’ 성격인 할인 치킨으로 자영업자들의 생존권 위협을 우려하고 있는 프랜차이즈협회에는 20여 치킨업체들이 회원사로 가입돼 있다.

2010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불러온 롯데마트가 통큰치킨 상시 판매 계획을 밝힌 건 그만큼 고객 유입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유통 채널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대형마트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규제 대책으로 인해 추가 출점 또한 여의치 않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대형마트를 제외한 모든 업태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9% 하락했다.

◇ 정체 빠진 대형마트, 미끼 상품으로 돌파구

롯데마트 관계자는 “2만원 시대에 접어든 프랜차이즈 치킨에 부담을 느낀 고객들에게 통큰치킨은 가격적인 메리트가 있는 상품으로 느껴질 것”이라며 “판매자 입장에서 통큰치킨을 미끼상품으로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끌어 들이는 집객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마트 측은 행사의 상시화 여부에 관해선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치킨업계에서는 시중가의 4분의 1수준에 판매되는 통큰치킨이 행여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편의점 조각 치킨에 이어 마트까지 점차 ‘치킨집’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걸 경계하고 있다. 여기엔 대형마트에서 역마진을 감수하고 판촉 차원에서 내놓은 제품이 프랜차이즈 치킨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거대 자본을 앞세워 치킨을 싸게 공급하는 행위로 인해 시장질서가 무너지고 대기업 쏠림현상이 심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영세상인 뿐만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점주들의 고통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특히 선두 업체들보다 통큰치킨처럼 배달을 하지 않거나 브랜드 파워가 약한 중저가 브랜드들이 판매에 악영향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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