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주사를 맞은 중학생이 하루 만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주사제는 타미플루와 같은 계열인 ‘페라미플루’다. /시사위크
독감주사를 맞은 중학생이 하루 만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주사제는 타미플루와 같은 계열인 ‘페라미플루’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독감치료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독감약 ‘타미플루’를 복용한 10대 청소년이 의문의 추락사고를 당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독감주사를 맞은 중학생이 하루 만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주사제는 타미플루와 같은 계열인 ‘페라미플루’로, 현재 GC녹십자가 제조·판매하고 있다. 아직 사망한 중학생의 사인이 명확히 밝히지지는 않았지만, 독감치료제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처방 늘고 있는 페라미플루, 올 초 품귀현상도

전북 전주시에서 한 여중생이 인플루엔자(독감) 치료제를 접종한 지 하루 만에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월 29일 오전 5시경 중학생 A양(14)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A양은 전날 오후 2시경 열이 난다며 C병원을 찾아 주사형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처방 받았다. 당시 A양의 체온은 37.2도로, 의료진은 A양이 B형 독감에 걸린 것으로 진단했다. A양은 페라미플루 30cc를 생리식염수에 희석해 15분가량 맞은 뒤 항생제를 처방받고 귀가했다.

하지만 A양은 다음날 오전 1시 30분경 갑자기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고, 전주 D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다가 오전 5시경 숨을 거뒀다. A양의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A양이 평소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양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결정, A양이 맞은 주사제와 진료기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냈다.

경찰은 A양에게 페라미플루를 처방한 C병원 측이 지난해 12월부터 100여 명의 환자에게 같은 처방을 내렸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페라미플루는 링거 형식의 독감 치료제로, 15~30분간 1회 투여로 치료효과를 나타내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10만원 가량의 약값을 전부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비싼 약값에도 불구하고 페라미플루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은 점점 늘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페라미플루를 처방받은 환자는 2017년 1만5,491명에서 2018년 6만7,518명으로 늘었다. 올해 1월엔 독감이 유행하면서 페라미플루가 품귀현상이 일기도 했다. 특히 타미플루 대체제를 찾는 환자들의 니즈도 영향을 미쳤다.

◇ 페라미플루, 안정성 검증 확정할 수 있나

페라미플루에 들어간 페라미비르 성분은 미국 기업 ‘바이오크리스트’가 발견해 각국에서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선 녹십자가 2010년 8월부터 19세 이상 환자용으로 판매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투약 허가 대상이 만 2세 이상으로 확대되고 증성에 따라 기존 처방 용량의 두 배 투여도 가능해졌다. 식약처가 제약사의 임상시험 결과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보고된 페라미플루 이상 반응은 총 48건이다. 주로 울렁거림이나 발열, 두드러기 등 가벼운 증상이다. 하지만 페라미플루와 타미플루를 처방받고 치명적인 증상을 호소한 사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일부 환자에게 폐렴 등의 이상 반응이, 심각한 경우 환각 증세를 보이다 추락사한 사례도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에는 주사를 처방받은 지 하루 만에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사례가 발생한 만큼 안정성 여부를 확신하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현재까지 페라미플루와 여중생의 사망 간에 인과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국은 여중생의 사망이 독감으로 인한 것인지, 페라미플루 주사로 인한 것인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 역시 국과수 부검 결과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페라미플루 처방 대상이 만 2세로 확대되면서 안정성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GS녹십자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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