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반대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고 있다. 비판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민주당 지지층도 일부 섞여있는 듯하다. 조응천 의원이 검찰 출신이며, 박근혜 정부에 몸담았기 때문에 검찰 편을 들고 있다는 뉘앙스다. 이 가운데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의 친분을 거론하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조 의원의 주장을 살펴보면, 그는 결코 검찰 편이라고 할 수 없다. 주장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완전한 분리다. 검찰 권한 중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해 경찰에 넘겨주자는 것이다. 검찰편이라면 검찰권력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는 ‘수사권’을 완전히 이양하자고 주장할리 만무하다. 조 의원은 억울했는지 “구속까지 될 뻔했던 제가 뭐가 예뻐서 검찰 편을 들겠느냐”고 했다.

일반 국민들은 경험하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 큰 사건을 겪었던 사람들은 기소권과 수사권의 결합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잘 인지하고 있다. 전화기와 컴퓨터는 물론이고 사소한 메모지 한 장까지 수사가 들어간다. 피의자들은 “본죄가 안 나오면 여죄를 캐고, 관련 없는 지인에게 피해가 가면 더욱 견디기 어려워진다”고 한다. 검찰에 조사를 받는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른바 ‘저인망식 수사’다. 수사와 동시에 기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다.

검찰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 의원은 “검찰에 한번 찍히면 ‘없는 죄’도 만들어내고 ‘별건수사’ 등으로 끝까지 괴롭히며, 있는 죄도 덮어버리는 무소불위의 괴수가 됐다”고 지적한다.

검찰의 막강한 힘은 필연적으로 권력자를 유혹했다. 인사권을 매개로 권력자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의 칼을 빌렸고, 검찰은 기득권을 향유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이유로 ‘권력과 검찰의 결탁’을 들고 있고, 입장이 바뀐 한국당은 적폐청산 수사에 같은 매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수사권은 다른 기관에 오롯이 넘기고,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기관의 위법에 대한 감시 역할을 전담하게 하면 된다. 물론 경찰의 비대화를 막기 위해 자치경찰제, 정보수집기관 분리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대사건에 대해 검찰은 여전히 1차 수사권을 가지게 됐고, 경찰은 일반사건에 대한 완전한 수사권과 정보기관의 역할을 겸하면서 비대화 우려를 낳고 있다. 논의 과정에서 당리당략과 이해관계자 및 기관의 입김이 더해지면서 누더기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분적 개혁이 오히려 고지를 멀게 만든다”는 말이 꼭 들어맞는 격이다.

여기에 일부 지지자들의 당파적 관점까지 더해지면서 본질을 더욱 흐리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올렸다는 것 자체로 한국당 지지층은 ‘반대’를 하고 있고, 당에 이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지지층은 조 의원을 비난한다. 모두 민주주의 발전과 사법개혁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국민들은 좀 더 냉철하게 사안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본질을 가리는 세력이 기득권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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