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국토교통부 제재로 인해 중국 운수권 배분에서도 배제됐다. /뉴시스
진에어가 국토교통부 제재로 인해 중국 운수권 배분에서도 배제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토교통부 제재 장기화에 따른 진에어의 타격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임직원들이 나서 제재 해제를 호소하기도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어떠한 기미도 없다. 회복하기 힘든 수준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중국 항공 노선에 대한 신규 운수권 배분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3월 5년여 만에 개최된 한·중 항공회담을 통해 늘어난 주 70회의 운수권과 정부보유 주 104회의 운수권 등을 국적 항공사에 배분한 것이다. 이 같은 운수권 배분은 수요가 많은 ‘황금노선’이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항공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것은 LCC업계다.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나란히 9개 노선에서 주 35회, 이스타항공이 6개 노선에서 주 27회, 에어부산이 5개 노선에서 주 18회, 에어서울이 1개 노선에서 주 3회의 운수권을 새로 확보했다.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각각 4개 노선에서 주 14회, 4개 노선에서 주 7회 등을 확보했으나, 이번 운수권 배분을 통해 한·중 하늘길에 LCC의 비중이 한층 확대됐다. 기존엔 FSC가 89.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고, 독점 노선도 상당했다. 하지만 이제 LCC의 비중이 28.1%로 올라갔고 14개 노선의 독점 구도가 깨졌다.

이처럼 ‘황금노선’을 손에 넣게 된 LCC업계는 앞 다퉈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향후 적극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대로 중국행 항공 노선에 다양한 스케줄, 낮은 운임 등 큰 변화가 예상된다.

하지만 진에어는 경쟁사의 잔치를 지켜만 보는 입장이 됐다. 진에어 역시 운수권 배분을 신청하긴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진에어를 철저히 배제했다. 지난해 내려진 제재 때문이다.

다른 LCC 업체들이 모두 수혜를 입은 반면, 진에어는 상황이 더 악화됐다. 그동안 독점 운항했던 제주~상하이 노선에 이스타항공이 진입했고, 마찬가지로 독점 운항하던 제주~시안 노선에 제주항공이 진입했다.

LCC업계의 중국 노선 변화 현황.
LCC업계의 중국 노선 변화 현황. /시사위크

진에어가 중국 노선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기존엔 2개 노선 주 10회 운수권으로 LCC업계에서 가장 입지가 컸다. 노선도 제주와 상하이·시안을 잇는 알짜였다. 반면, LCC업계 선두 자리를 다투던 제주항공은 중국 노선이 대구~베이징 1개(주 3회)뿐이었다. 나머지도 티웨이항공 2개 노선·주 7회, 에어부산 2개 노선·주 5회, 이스타항공 2개 노선·주4회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운수권 배분을 통해 진에어와 다른 LCC 업체들의 격차는 눈에 띄게 벌어졌다.

진에어는 앞서 지난 3월 이뤄졌던 또 다른 ‘황금노선’ 몽골·싱가포르 운수권 배분에서도 완전히 배제된 바 있다. 말 그대로 손과 발이 다 묶인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진에어 노조가 나서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고, 임직원들이 제재 해제를 호소하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진에어 제재 해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있었다. 제재가 일정 기간 이어졌을 뿐 아니라, 기존 경영진이 물러나고 그룹의 영향력을 차단했으며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제재 해제를 향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과 달리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여전히 완고하다. 보여주기 식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하며 국민 정서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제재 해제를 향한 기대감이 아닌 실질적인 타격이 현실로 이어지면서 진에어를 향한 시선은 다시 우려로 가득차고 있다. 당장 두 차례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된 것만 따져도 향후 심각한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벌금이나 운항정지 같은 경우 타격이 일시적이지만, 주요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된 것은 장기적으로 후유증이 이어질 수 있다”며 “향후 제재가 해제된다 하더라도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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