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 본격 행보를 알린 가운데 그의 국내외 활동 거점이 될 재단도 첫 이사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 뉴시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으로 본격 행보를 알린 가운데 그의 국내외 활동 거점이 될 재단도 첫 이사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제 다시 반 공무원이 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을 맡게 된데 대한 설명이자 본격적인 활동을 알리는 메시지다.

지난 2일 국회를 찾아 여야 지도부를 차례로 방문한 것도 그 일환이다. 반기문 전 총장은 앞서 열린 출범식에서 “여야 모두 공기는 마셔야 하지 않느냐”며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 기름장어에서 미세먼지 해결사로… 성과 나오면?

각오는 남달랐다. 반기문 전 총장은 여야 지도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정책 참여단 500명 구성, 1년에 2번 국민대토론회 공개 개최, 미세먼지 심한 지역 매달 1회 방문 등의 구상을 전하며 “올 겨울철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단기적 대책을 모색하고 내년에 중장기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내달엔 중국 방문이 예정돼 있다. 이를 계기로 중국 관계 장관과 회담을 갖고 구체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미세먼지 해결이 자신의 ‘마지막 과업’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여권은 반색을 표시했다. 지난 대선에서 보수진영의 잠룡으로 부상한 반기문 전 총장과 다시 접점을 찾은 모양이다. 이해찬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과) 참여정부 때 같이 일하고 15년 가까이 지났다”며 과거 인연을 언급한 뒤 “같이 국가를 위해서 일할 수 있게 돼 대단히 기쁘게 생각한다. 당에서도 적극 도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외교보좌관, 외교부 장관을 지냈다. 그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배경에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반기문 전 총장의 정계 은퇴 선언에 번복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에서 성과가 나올 경우 국민적 지지가 다시 모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뉴시스
반기문 전 총장의 정계 은퇴 선언에 번복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가 중점을 두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에서 성과가 나올 경우 국민적 지지가 다시 모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 뉴시스

물론 반기문 전 총장은 정치와 선을 긋고 있다. 정계 복귀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위원장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국가적 소명’이자 ‘국민 성원에 보답할 차례’였다는 것. 그는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칠까 부담과 걱정이 있다”면서도 “과업을 완수하라는 부름을 받았으니 남은 여생을 기꺼이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적으로 쟁점화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여전하다. 충청권과 중도·보수층을 껴안을 수 있는 확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대책에 성과가 나오게 되면 정계 은퇴 선언을 번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전 총장은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그가 설립한 비영리 공익재단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이하 반기문재단)’이 3일 첫 이사회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오는 10일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창립대회도 예정돼 있다.

일단 재단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정관에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있는 만큼 재단 설립이 반기문 전 총장의 정치 재개와는 무관하다는 것. 측근으로 불리는 김숙 전 유엔 주재 대사는 문화일보를 통해 “반기문 전 총장의 독자적·독립적 활동 기반으로서 법인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간의 역점과제 분야에서 국제적 역할을 하기 위한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기문 전 총장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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