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1대 총선에 적용할 ‘공천룰’을 확정했다. 차기 총선에 출마하는 현역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줄이고 정치신인이 여의도에 입성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평가 결과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의원에 대한 감점은 기존 10%에서 20%로 강화한 반면, 정치신인에겐 최대 20%의 가점을 준다. 인위적인 ‘컷오프’(공천 배제)는 없지만, 모든 지역구에서 경선을 실시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1대 총선 공천 및 경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안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됐다. 이후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전(全)당원 투표를 거쳐 특별당규로 지정될 예정이다.

민주당의 공천룰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에 방점이 찍혀있다. 이는 이해찬 대표의 공약이기도 하다. 선거에 임박해서 공천룰을 정하면 각각의 유불리를 놓고 내부 갈등이 심해질 수밖에 없고, 당의 총선전략에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취임 일성에서부터 그동안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총선 1년 전까지 공천룰을 확정하겠다”고 했었다.

민주당은 공천심사 시 정치신인에 대한 가점 제도를 신설했다. 한 번도 공직선거에 출마하지 않은 신인의 경우 경선은 물론 공천심사 때도 10~20% 내에서 가점을 받는다. 여성·청년·장애인의 경우엔 최대 25%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반면 현역의원에겐 다소 엄격한 방침을 정했다. 현역 지방자치단체장이 중도 사퇴해 총선에 출마하는 경우 보궐선거 야기 책임을 물어 경선에서 감산 30%를 받도록 했다. 이는 기존 10%에서 대폭 강화된 방침이다.

경선은 국민참여방식으로 치르되, 권리당원 50%와 국민안심번호선거인단 50%로 선거인단을 구성한다. 이 역시 ‘정치 세대교체’를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총선 때 100% 안심번호 선거인단 경선을 했는데 사실 현역 교체가 거의 되지 않았다.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신인이 자신을 알리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며 “권리당원 50%을 넣은 것은 (신인이라도) 당원을 상대로 자신을 알리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고 총선 1년 전 미리 제도를 확정함으로써 당원을 모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신인에게 유리한 제도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공천제도기획단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그래도 현역이 유리하다’는 프레임을 해소하기 위해 공천룰을 빠르게 발표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1년은 준비할 시간이 있다. 과거에는 (선거) 3개월 또는 2개월 전에 발표했다. 그렇게 되면 현역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며 “지금 공천제도를 발표하는 것은 현역보다는 새롭게 도전하는 신인에 유리한 제도라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 ‘지역구 여성 30% 공천’ 구체화는 빠져

민주당은 공천심사 시 여성에게 부여하는 가점을 최대 25%까지 상향했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역구 후보 공천에 여성 30%를 할당해야 한다’는 당헌을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이해찬 대표는 당 대표 선거 경선 당시 당헌에 명시된 ‘성평등 실현을 위해 공직선거의 지역구선거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여성을 100분의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을 의무 실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당헌대로) 여성 공천 30%가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한 것이다. 여성 가산점을 더 높여서 경선 결과 많은 여성 후보자들이 공천자로 결정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준 것이라서 이 제도를 가지고 최대한 여성공천이 많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며 “결과에서 만약 여성들이 공천자 30%까지 포함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보완해나갈지에 대해서 추가로 논의를 하겠다”고 에둘러 답했다.

민주당은 여성정치참여확대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성 공천 문제를 논의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위원회 소속 제윤경 의원은 “공천과 관련된 전체적 틀은 이렇고 좀 더 세부적인 사안에서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위원회에서 활동을 하겠다. 여러 안들을 마련해서 당 대표와 공천심사 과정에서 역할을 해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