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양진호법'(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일명 '양진호법'(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오는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1 A씨는 보조금 부정사용 등의 업무처리를 지적한 후 성격이상자로 몰리며 사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사장은 A씨의 동료를 따로 불러내 “A씨와 어울리지 말라”고 지시했다. A씨에게만 업무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출근할 것을 강요하고, 사내 전화조차 받지 못하게 했다.

#2 B씨와 동료들은 사장의 강요로 주말마다 교회를 다니고 있다. 교회에 빠지거나 거부를 할 경우 더욱 심한 간섭과 폭언 등이 뒤따랐다. 사장은 B씨가 교회 참석에 어려움을 토로하자  몇 달 전부터 업무 중 B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감시가 어려울 때는 업무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서 회사 그룹채팅 방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B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안좋은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3 C씨는 동료가 상사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당하자 피해 동료를 대리해 이를 상부에 알렸다. 그러나 상부는 이 사실을 성추행 가해자에게 보고하고, C씨에 대해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 그 사이 성추행 피해자는 결국 회사를 떠났고, C씨에 대한 성추행 가해자의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됐다. 이 같은 사실을 회사에 알렸지만, 회사는 “둘 사이 문제는 둘이서 해결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일명 양진호법으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사천리로 통과된 양진호법은 여러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개정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양진호법 통과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 제보는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양진호법은 가해자가 업주일 경우 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 양진호법, 어떤 문제점 안고 있나

앞서 언급한 사례들은 모두 사장에게 괴롭힘을 당하거나 사실상 사장의 방조·묵인에 따라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다. 양진호법은 사장이 가해자일 경우 사실상 피해자로서 손 놓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우선 양진호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정의하며 ‘사용자 또는 근로자’라고 명시했다. 업주나 상사 모두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규정한 것이다. 괴롭힘에는 폭행뿐만 아니라 폭언, 따돌림과 같은 정신적 폭력도 규제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문제는 가해자인 사용자 또는 근로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상사나 근로자의 괴롭힘이 있을 경우, 이를 사장에게 알리고, 보호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사장이 보호조치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신고자에게 불이익 조치를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민형사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이처럼 가해자 처벌조항이 없기 때문에 괴롭힘을 당해도 그냥 참고 넘어가는 문제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직장갑질119는 양진호법 통과 후인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4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 제보를 받은 결과 하루에 적게는 10건에서 많게는 20건까지 제보가 접수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4개월 간의 제보를 통해 괴롭힘 유형을 15가지로 규정하고 이중 대표적인 40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처벌조항이 없다는 것 외에도 심각한 문제가 또 있다. 바로 사장이 괴롭힘 가해자일 경우다. 사장이 괴롭힐 때 사장에게 보호조치를 요구할 순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법은 사장이 가해자일 경우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해 조사 및 징계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직장갑질119는 “어쩔 수 없이 사장의 갑질은 고용노동부에 직접 신고를 하고, 노동부는 제보자의 신원을 보호하면서 사업장 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면서 “반쪽짜리 법 때문에 가해자를 처벌하지 못하지만, 제보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사장을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상사가 다수의 직원을 괴롭히는 경우에도 누구나 신고할 수 있지만 익명성 보장이 안돼 신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또한 양진호법이 개선해야 할 내용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진호법이 오는 7월16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상시 10인 이상 기업은 법 시행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 예방책과 발생 시 조치에 관한 사항을 취업규칙에 반영해 고용부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규칙에 해당 내용이 미반영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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