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1분기 실적이 엇갈렸다.
석유화학업계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1분기 실적이 다시 엇갈렸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LG화학이 석유화학업계 라이벌 롯데케미칼에게 1분기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지지부진한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 원인 규명에 발목을 잡히고 있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지난 3일, 1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6조6,390억원의 매출액과 2,753억원의 영업이익, 2,1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6,50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감소했다.

롯데케미칼도 같은 날 1분기 연결기준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롯데케미칼은 3조7,218억원의 매출액과 2,956억원의 영업이익, 2,2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역시 지난해 1분기 6,620억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했으나, 모처럼 LG화학의 영업이익을 넘어서게 됐다.

롯데케미칼이 LG화학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딱 1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1,0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치며 2,895억원을 기록한 LG화학에 크게 뒤쳐진 바 있다.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3년 만에 LG화학에게 업계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자존심을 구겼다.

이는 석유화학업계 전반에 닥친 업황부진이 주요 원인이었다. LG화학 역시 적잖은 타격을 입었지만, 비석유화학 부문에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둔 덕분에 롯데케미칼에 비해 양호한 실적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시작인 1분기엔 양사의 표정이 다시 엇갈렸다. LG화학이 롯데케미칼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거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먼저, 전지부문이 계절적 비수기를 맞은 영향이다.

보다 주목해야할 부분은 두 번째다. 잇따른 ESS 화재사고가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LG화학은 1분기에 ESS 화재와 관련해 1,200억원을 손실(일회성 비용) 처리했다. 가동 손실 보상 및 관련 충당금이 800억원, 출하 중단에 따른 판매 손실이 400억원 수준이다. 이로 인해 석유화학부문에서 3,9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도 전지부문이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롯데케미칼에 밀리고 말았다.

최근 급격히 증가한 태양광 발전시설의 핵심 설비인 ESS는 2017년 이후 꾸준히 화재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2년이 채 안 된 가운데 벌써 20건이 훌쩍 넘는 화재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화재원인은 아직 미궁 속에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ESS 가동 중단을 권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잇단 화재사고는 ESS 업계에 큰 타격을 입혔다. ESS 신규 출고·설치는 올해 들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이에 ESS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사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배터리, 전력변환장치, 배터리관리시스템, 에너지관리시스템, 시스템통합 등 ESS의 구성요소가 복잡하고 다양한 만큼,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선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특정 원인이 드러나기보단, 복합적이고 전반적인 부실로 결론 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잇단 ESS 화재와 관련해 민관합동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원인 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두 가지 조건에서 실시한 실험이 모두 화재로 이어지며 원인 규명이 더욱 요원해진 상태다. 이 와중에 지난 4일엔 경북 칠곡에 위치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또 다시 ESS 화재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부는 오는 6월 ESS 화재원인 및 관련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 역시 계획에 불과하다. 결국 LG화학을 비롯한 ESS 업계 입장에선 최소 6월까지 꼼짝없이 발목을 잡히게 됐다. 그 이후에도 악재가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LG화학의 올해 실적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모처럼 업계 1위를 탈환한 것과 달리, 1년 만에 롯데케미칼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ESS 관련 사업이 LG화학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큰 편이 아니지만, 롯데케미칼과의 치열한 경쟁구도엔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라며 “여러모로 올해 석유화학업계 1위 경쟁은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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