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A가 유튜브에 공개한 퇴역 경주마 학대 영상. /PETA 유튜브 채널.
PETA가 유튜브에 공개한 퇴역 경주마 학대 영상. /PETA 유튜브 채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미국의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가 제주도의 한 도축장에서 촬영한 퇴역 경주마 도축 장면을 공개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인권경영’을 선포했던 마사회를 향한 책임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낙순 마사회장이 취임 첫해부터 공을 들인 인권경영이 빛이 바래게 된 모습이다.

페타는 최근 유튜브를 통해 끔찍한 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제주도의 한 도축장에서 퇴역 경주마들을 안으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 막대기로 내려치는 모습과 겁에 질린 말들의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다. 페타는 최근 10개월 동안 퇴역 경주마 22마리가 도축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도축과정에서 잔혹한 동물학대가 벌어지고 있다며 해당 도축장을 관리하는 제주축협을 검찰에 고발했다.

페타는 마사회의 책임론 또한 제기했다. 지난 10년 동안 경주 및 번식을 위해 3,600마리 이상의 미국 말을 수입해 매년 1,600여마리가 은퇴하고 있으며, 대부분 도축장으로 끌려가는 신세라는 지적이다. 특히 “경마로 8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마사회가 퇴역 경주마 및 번식마 관리를 위해 쓰는 비용은 극히 적다”고 꼬집었다. 영상에는 “매년 은퇴하는 1,600마리의 말들 중에 50마리 정도만 재교육이 가능하다. 퇴역 경주마를 돌보는 비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마사회 관계자의 모습도 담겨있다.

말 산업 분야 한 관계자는 “도축과정에서 벌어지는 학대 행위도 문제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퇴역 경주마가 너무 많고, 이에 대한 대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사회가 동물학대 논란에 휩싸인 것은 비단 이번 영상만이 아니다. 앞서도 꽃마차 사업이나 무료 승마체험 행사 등과 관련해 학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5월 들어 부산 서구청과 마사회가 송도해수욕장에서 진행 중인 무료 승마체험 행사에 대해서도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말 3마리가 하루에 최대 600여명을 태운다고 한다”고 학대를 지적했다.
 
이처럼 동물학대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김낙순 마사회장이 공을 들인 인권경영도 빛이 바래게 됐다. 마사회는 김낙순 회장 취임 첫해인 지난해 인권경영 선포식을 개최하고, 공기업으로서 윤리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당시 마사회가 새로 제정해 선포한 선언문에는 ‘말의 학대 방지 및 복지증진’ 내용도 담겨있었다. 또한 마사회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경마회의(ARC)’에서 국제은퇴마복지포럼을 개최해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논의에 나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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