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고속이 지난해 적자 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천일고속 홈페이지
천일고속이 지난해 적자 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천일고속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천일고속이 지난해 적자 폭 확대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행보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오너일가의 막대한 증여세 부담이라는 불가피한 속사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천일고속은 지난해 55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6년 584억원, 2017년 552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만 해도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2017년 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31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이 부문에서도 적자 전환했다.

적자 폭이 확대되는 등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천일고속은 지난해에도 높은 수준의 배당을 실시했다. 두 차례에 걸쳐 주당 1,000원의 현금 중간배당을 실시했고, 기말배당으로도 주당 4,000원을 지급했다. 연간 주당 6,000원씩 총 85억6,200만원을 배당한 것이다.

물론 이는 2016년 114억1,600만원(주당 8,000원), 2017년 218억3,300만원(주당 1만5,300원)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해 적자를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당을 실시하면서 천일고속의 지난해 현금배당성향은 마이너스 4,131%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기록하게 됐다. 2016년과 2017년의 현금배당성향은 각각 456%, 80%였다.

천일고속이 적극적인 배당으로 기조를 바꾼 것은 2015년부터다. 이전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해가 더 많았고, 배당을 하더라도 규모가 크지 않았다. 반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 동안 실시한 총 배당 규모는 500억원이 훌쩍 넘는다.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배당 행보는 비정상적인 과거에서 기인한다. 천일고속의 창업주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은 2015년 4월, 오랜 세월 차명으로 보유 중이던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한 뒤 손자인 박도현 천일고속 대표 및 박주현 부사장에게 증여한 바 있다. 실명전환 및 증여한 지분만 68.77%에 달했고, 당시 주가 기준으로 600억원이 넘는 규모였다. 이후 2015년 11월 고 박남수 명예회장은 별세했다.

정상 궤도를 벗어난 증여는 천일고속 오너일가 3세에게 막대한 증여세 부담을 안겨줬다. 천일고속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고배당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박도현 대표와 박주현 부사장 형제는 각각 44.97%, 37.24%의 천일고속 지분을 보유 중이며, 오너일가의 지분율은 85.74%에 달한다. 배당금의 대부분이 오너일가에게 향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배당이 가능한 배경에는 경영진 및 오너일가에 대한 느슨한 견제도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천일고속의 두 감사는 재직기간이 나란히 25년에 달한다. 이 중 하인봉 감사의 경우 고 박남수 명예회장의 처남이자, 하종봉 천일고속 전무의 형이다.

천일고속의 고배당 행보는 올해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천일고속은 지난 2월 188억원 상당의 토지 및 건물의 처분을 공시한 바 있다. 한 달 뒤 매수자의 내부사정으로 계약 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정정 공시했으나, 배당금 마련을 위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음을 추측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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