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구지역본부와 ‘내일채움공제’ 홍보 위한 업무협약
여직원 차별 등 불합리한 고용 관행으로 뭇매, 고용지원사업 홍보 부적합 뒷말

대구경북지역 향토기업인 주류업체 '금복주'가 자사 소주병 라벨에 ‘내일채움공제’ 홍보문구를 부착함으로써 제도 홍보에 나서 관심이 집중된다. / 금복주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대구경북지역 향토기업인 주류업체 '금복주'가 자사 소주병 라벨에 ‘내일채움공제’ 홍보문구를 부착함으로써 제도 홍보에 나서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이한 것으로, 특정내용과 무관함 / 금복주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주류기업 ㈜금복주가 정부의 ‘고용 장려 사업’ 홍보에 나선 것을 두고 뒷말이 일고 있다. 앞서 불합리한 고용 관행과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기업이라는 점에서 홍보 주체로 적합한가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다. 반면, 금복주에 해당 사업 홍보를 맡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측은 “오히려 그런 기업이 청년지원사업 제도 홍보에 나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 결혼여성 퇴사시키더니… 이번엔 청년지원제도 홍보 나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 대구지역본부는 지난 4월 24일 주류기업 ㈜금복주와 청년지원사업인 ‘내일채움공제’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금복주는 자사 소주병 라벨에 ‘내일채움공제’ 홍보문구를 부착함으로써 제도 홍보에 나선다. 중진공은 금복주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자금, 수출 등을 연계 지원할 계획이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직한 청년이 일정기간 정해진 금액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이 지원금을 더해주는 제도다. 청년의 중소기업 취업을 촉진하고, 근로자들의 장기 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홍보 지원에 나선 금복주의 자격론이 일고 있다.

금복주는 지난 2016년 ‘고용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1957년 창사 이래 줄곧 결혼하는 여성 직원을 퇴사시키는 관행을 유지해왔다. 또 이를 거부하는 여성에게는 근무환경을 적대적으로 만들거나 부적절한 인사 조처를 해 퇴사를 강요하거나 유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2017년에는 협력업체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협박하며 수억원대의 금품을 뜯어내는 등 갑질 혐의로 임직원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사진은 지난 4월 24일 ㈜금복주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구지역본부가 내일채움공제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모습 / 뉴시스
사진은 지난 4월 24일 ㈜금복주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구지역본부가 내일채움공제 홍보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모습 / 뉴시스

중진공과의 이번 협약을 놓고 외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수십년간 직원들에 대해 불합리한 고용 관행을 이어왔던 회사가, 근로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고 고용을 장려하는 제도의 홍보 주체로 나서는 것은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진공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과거 논란까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진행했다는 것. 중진공 측은 그러면서도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중진공 대구지역본부 관계자는 “대구 지역에서 홍보할 수 있는 업체를 물색하다 보니 금복주가 가장 대중적이고 많이 알려진 제품이라 선정하게 된 것”이라며 “(고용 갑질 등) 기사로 접해 알고 있지만, 그것까지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일이 시빗거리 삼자면 문제 안 될 기업이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고용 문제로 논란이 된) 그런 기업일수록 (청년지원사업 홍보 등) 이런 걸로 해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금복주 측 역시 “사건 이후 (기업문화가) 달라졌다”는 주장이다. 파문 이후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불합리한 고용 관행을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복주 관계자는 “결혼 후 신혼여행 다녀와서 근무하고 있는 여직원도 있다. 예전 같은 문화는 이제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금복주 관계자는 당시 협약식에서 “내일채움공제 사업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지역사회의 우수 기업과 핵심인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까지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금복주 직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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