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인영 원내대표를 신임 원내사령탑으로 선출한 것을 시작으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도 원내대표 교체를 앞두고 있다. 홍영표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는 임기만료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당 내홍을 수습하기 위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내려놓았다. 여야 3당이 같은 시기 원내사령탑을 교체하면서 패스트트랙 대치 이후 멈춰선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법·정치개혁 법안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후 장외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9일 오후 이인영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패스트트랙 사태 이후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 원내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만남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졌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당 색깔과 비슷한 하늘색 정장을 착용했다. 배석한 김정재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민주당 색깔의 정장을 입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와 역지사지도 해보고 ‘케미’(Chemistry·사람 사이의 조화로운 분위기)도 맞춰보려고 민주당 색깔과 비슷하게 신경 써서 입고 왔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 원내대표의 당선을 계기로 해서 국민이 원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원내대표가) 국민 말씀을 잘 듣고 하시면 앞으로 우리가 같이 할 수 있는 면적과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보다 나이가 많은 나 원내대표는 인기 드라마 제목을 인용해 “정말 국민 위한 국회가 된다면 제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며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를 모시고 (20대 국회) 마지막 임기를 보낼 수 있고 같이 원내대표로 활동할 수 있는 게 굉장히 기쁘다”며 “예전에 나 원내대표 모습을 참 좋아했던 것은 직장 부서는 달랐지만 굉장히 합리적이고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기대도 크고 응원도 많이 했다”고 화답했다.

◇ 원내대표 협상 내주 분수령

바른미래당은 다가오는 수요일인 15일에 의원총회를 열고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김관영 원내대표의 임기가 오는 6월까지지만, 패스트트랙 사태로 분열된 당 일부의 요구대로 자진사퇴 후 조기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민주당·평화당·정의당과 뜻을 같이해온 김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누가 후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국회 상황도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바른미래당 안팎에서는 국민의당 출신인 김성식 의원과 바른정당 출신 오신환 의원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이 또 다른 갈등을 낳지 않도록 합의추대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경선으로 진행하게 됐다. 김 의원과 오 의원 모두 양당 계파를 아우를 수 있는 합리적인 인사로 평가받는다. 특히 두 의원 모두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새누리당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한국당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평화당은 다음주 월요일인 오는 13일 원내대표 경선을 한다. 당초 천정배 의원을 원내대표로 합의추대하는 안을 고려했지만 본인이 고사해 무산됐다. 후보군으로는 출마 의사를 밝힌 유성엽 의원과 황주홍 의원이 거론된다. 조배숙 의원이 가세할 경우 3파전 양상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원내 3당의 원내사령탑이 교체되고 나면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협상이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단 바른미래당도 장외투쟁 중인 한국당의 복귀와 국회 정상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한국당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하는 원내교섭단체 또는 제정당 5당 원내대표 회동이 시작될 수도 있다.

다만 총선을 1년 앞두고 있는 만큼 지지층 결집이 필요한 각 정당의 대치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강경하게 정부여당에 각을 세워온 한국당은 이후 꾸준히 지지율 상승세를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패스트트랙 무효를 요구하고 있는 한국당은 ‘민생투쟁 대장정’과 원내협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국회 정상화 논의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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