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경영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JB금융지주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이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뒷말에 시달리고 있다. 오픈뱅킹 플랫폼 사업을 전담해온 부서가 해체되면서 디지털 사업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 김기홍 회장 체제, 경영 색깔 내기 본격화    

김기홍 회장은 취임한 지 두 달째에 접어들었다. 김 회장은 김한 전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 3월 29일 지주 회장에 올랐다. 

JB금융지주 초대 회장인 김한 전 회장은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기반을 다지고 성장시킨 주역으로 평가된다. 그는 연임에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지만 “후배에 길을 터주겠다”며 용퇴를 결정했다. 

후임인 김기홍 회장은 김 전 회장이 영입한 외부 인사다. 김 회장은 2014년 김 전 회장의 추천으로 JB자산운용 대표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유력한 내부 출신 후보들을 제치고 지주 회장에 깜짝 내정됐다. 김 회장은 ‘정통 은행맨’은 아니지만, 20년 이상 금융업에 종사하며 학계, 공직 경험을 두루 갖춘 금융 전문가다. 전임 회장에 이어, 그룹의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취임 후 김 회장은 전임 회장의 경영기조와 거리를 두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경영에 주력하겠다”며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단행된 조직개편에도 이 같은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지난달 15일 조직 슬림화와 핵심 기능 강화를 중심으로 지주사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그는 기존 지주의 4본부 15부를 4본부 10개부로 축소했다. 지주 인력이 대거 축소됐다. 은행 전출 인원 등 총 49명이 감소되고 18명이 신규로 들어옴에 따라 전체 인원은 99명에서 68명으로 약 30% 줄었다. 임원진 구성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김 회장은 금융지주 전무직을 없애고 부사장직을 신설했다. 신임 부사장에는 신한은행 리스크관리그룹장 출신인 권재중 부사장을 영입했다. 이준호 신임 상무가 새롭게 발탁됐다. 

이와 같은 대대적인 개편을 두고 안팎에선 뒷말이 일었다. 전임 회장 그림자를 지우고 자신만의 친정체제 구축의 일환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돼서다. 특히 전임 회장이 공들여 키웠던 디지털부서가 축소된 탓에 뒷말이 더 짙어졌다.  

◇ 브레이크 걸린 오픈뱅킹 플랫폼 사업 뒷말    

이번 조직개편으로 오픈뱅킹 사업 전담 부서인 미래전략부는 해체된 것으로 알려진다. JB금융은 2017년 오픈뱅킹 플랫폼인 ‘오뱅크(Obank)’를 출시하고 관련 사업을 강화해왔다. 오픈뱅킹 플랫폼은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Open API)를 개발해 제공하고 핀테크기업 등과 협업해 P2P금융, 해외 소액송금, 공과금 수납 등과 같은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사업은 전임 회장인 김한 전 회장이 ‘디지털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강화해왔던 바 있다. 해당 기술 노하우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오픈뱅킹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도 발표했다. JB금융그룹은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상업은행인 CIMB 니아가(Niaga) 은행과 현지 파트너사 미트라 자사 리마(MITRA JASA LIMA)와 오픈뱅킹플랫폼 사업 관련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협약식에서 로베르토 아큐웬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 국장은 “JB금융그룹의 오픈뱅킹 플랫폼 사업을 통해서 인도네시아 1,600여 지방은행(BPR)이 효율적으로 업무를 개선하고 수수료기반 수익을 창출함으로 금융서비스의 저변확대를 위한 금융포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JB금융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2018년 초에 자카르타 및 인근 지역 지방은행을 시작으로 향후 인도네시아 전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에 전담부서가 해체되면서 해당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진 분위기다. 업계에선 JB금융의 디지털 역량이 약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JB금융은 기존 디지털 사업 전략을 재검토해 사업 전략을 가다듬을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경쟁사들이 빠르게 디지털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갑작스런 노선 변화는 아쉬운 행보로 지목된다. 과연 김 회장이 이 같은 우려를 딛고 획기적인 사업 전략을 내놓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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