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 아래 1,169개 공약을 내걸었지만, 2년이 흐르면서 어떤 정책은 실현됐고 어떤 정책은 파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전수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율은 16.3% 수준이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현 정부는 이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시사위크>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과제 추진 현황을 살펴봤다. - 편집자 주

남북관계·외교는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가운데 국민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분야다. 1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긍정평가자의 17%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이유로 꼽았고, ‘외교를 잘한다’는 응답도 10%로 높은 축에 속했다. 적어도 군사적 긴장이 많이 완화됐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높은 점수를 주고 있는 셈이다.

남북관계 분야 세부 공약 이행상황. /그래픽=이선민 기자. 데이터=문재인미터 참조
남북관계 분야 세부 공약 이행상황. /그래픽=이선민 기자. 데이터=문재인미터 참조

◇ ‘남북관계’ 과제 이행률 17.64%

100대 국정과제 중심으로 살펴보면, 남북관계 관련한 항목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남북관계 재정립 ▲대북 인도적 지원 ▲남북교류 활성화 ▲통일국민협약 추진 등 다섯 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17개 세부공약 중 이행이 완료된 것은 3개이며, 8개가 진행 중으로 판단된다. 나머지 6개는 지체 상태다. 이행률은 17.64%로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행이 완료된 공약은 ‘남북연락채널 복원’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탈북민 정착 지원’ 등이며, 남북경협,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남북기본협정 체결 등은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진행 중이다. 다만 남북관계는 북미 비핵화 협상과 함께 진행한다는 원칙에 따라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진행이 어렵다. ‘판문점 선언’의 경우 국회비준을 추진했으나, 야당의 반대로 일단 멈춰서 있다. 대북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로 급물살을 타는 듯 했으나,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외교 분야는 ▲북핵 평화적 해결 ▲주변 4국과의 협력외교 ▲동북아 책임공동체형성 ▲경제외교 및 개발협력 강화 등 크게 4개 항이 국정과제로 적시돼 있다. 남북 군사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남북 군사신뢰 구축’은 이행으로 판정이 가능하다. 그 외 대부분은 ‘진행중’이거나 ‘지체’로 남아 있다. 다만 외교 분야의 특성상 꾸준히 진행을 해야 하는 부분이어서 무 자르듯 판단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 외교 ‘긴장감 완화’ 국방 ‘병 인권개선’ 평가

외교과제 설정의 맥락을 살펴보면, 2017년 당시 상황이 크게 반영돼 있다. 한반도 군사적 충돌과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첫째였고, 사드배치로 시작된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막는 것이 둘째였다. 마지막으로는 국내 반발이 컸던 일본과의 위안부 합의 및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고 이와 별개로 미래지향적 관계를 설정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결과적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 및 미국·중국과의 문제는 진전을 보고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는 의도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평화적 통일이라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냈고, 전쟁의 긴장에서 대화 모드로 전환한 것은 일단 큰 일을 한 것”이라며 “사드문제로 인해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서로 간에 도움이 안 된다는 원칙에 한중 정상이 합의하면서 소강상태로 이끌어 낸 것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외교-국방 분야 국정과제 내용과 진행상황. /문재인 미터 참조
문재인 정부 외교-국방 분야 국정과제 내용과 진행상황. /그래픽=이선민 기자. 데이터=문재인 미터 참조

국방분야 국정과제는 ▲비대칭 위협 대응 ▲전작권 조기 전환 ▲국방개혁 및 문민화 ▲방위산업 육성 ▲장병 복무여건 개선 등 5개 항으로 구성됐다. 국방예산은 2년 연속 8% 가까운 증액이 이뤄졌고, 장병 자기계발 지원 등의 공약도 지켜졌다. 국방개혁 2.0 계획을 수립해 국방관련 공약 대부분이 포함돼 현재 추진 중이다.

특히 군인권 개선 부분에 좋은 평가가 가능하다. 복무기간을 육군기준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부상치료비 전액지원도 추진 중이다. 다만 병사 봉급 인상은 당초 공약이었던 ‘최저임금의 50% 수준’은 다소 지체되고 있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도 ‘추진단’이 발족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다소 미진하다는 평가다.

반면 4차산업혁명과 연계한 방위산업 육성은 평가가 좋지 않은 편이다. 문장렬 국방대학교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세계 방위산업 시장이 독과점 형태로 고착화되고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 4차산업혁명과 연계를 하도록 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방위력 증강과 국방비 절감 및 효율화 측면에서 종합적인 플랜을 짜야하는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 ‘공약이행 보다 전략보완이 절실’

부분적으로 긍정 혹은 부정 평가가 가능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약이행에 얽매이기보다는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유연함을 공통적으로 주문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따라 국방전략도 변화해야 하고, 미중 전략경쟁에 대한 대응, 외교지평 확대를 위한 정밀한 국가전략 수립 등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문장렬 교수는 “국방안보·외교통일 분야는 어느 정도 추진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국정과제가 만들어졌던 2017년과 지금이 안 맞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계획된 비용만 40조 가량 된다. 계획된 사업을 변경하거나 취소하는데 정치적 파장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적인 재원배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흥규 교수는 “미중 간 전략경쟁이 격화되면서 전 세계가 그 안에서 합종연횡하는 구도로 진화하고 있다. 2017년 국방정책을 세울 때에는 미중 간 경쟁이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지 예상을 못했다”며 “북한 비핵화를 넘어서 앞으로 다가올 미중경쟁, 통상전쟁 등에 대비해 정책을 통괄할 수 있는 브레인 기능을 청와대나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마련하는 작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국정과제를 큰 틀에서 바꾸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인사를 바꿔야 하고 관료들에게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줘야 하는데 그 작업이 5년 단임제 하에서는 어렵다”면서 “다만 기존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의 틀 속에서 녹여내 재평가하고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책과제 수정보완 필요성에) 적극 동의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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