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 아래 1,169개 공약을 내걸었지만, 2년이 흐르면서 어떤 정책은 실현됐고 어떤 정책은 파기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전수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율은 16.3% 수준이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현 정부는 이제 실질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시사위크>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과제 추진 현황을 살펴봤다. - 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100대 국정과제 중 주요 여성·노동 정책. / 그래픽=이선민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100대 국정과제 중 주요 여성·노동 정책. / 그래픽=이선민 기자

시사위크=은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지만, 100대 국정과제 중 성평등과 관련된 항목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그마저도 노동정책과 함께 ‘공정’이라는 키워드로 묶여있다.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해 노동존중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정부 기능을 강화해 사회 전반에 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성평등 정책 기본계획 수립·이행을 총괄 관리하겠다는 과제를 세웠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신설 약속은 각 부처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두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세우는 것보다 각 부처가 현장 실정에 맞게 부서를 운영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교육부·법무부·문화체육관광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대검찰청·경찰청·국방부 등 8개 기관에 양성평등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직제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추진될 예정이다.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없어 성평등 정책에 대한 효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젠더폭력방지법’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으로 발의돼 2018년 12월 공포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여성에 대한 폭력방지 정책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도 대체적으로 이행됐다. 2017년 12월에 관련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이전까지 민간에서 진행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8월 14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다만 여성가족부가 산하 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위탁해 출범한 ‘일본군위안부문제연구소’는 독립성 논란을 겪다 파행을 빚었다. 이후 여가부가 관련 사업을 재정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다.

‘다양한 가족의 안정적인 삶 지원 및 사회적 차별 해소’라는 목표 아래 미혼모를 포함한 한부모가족에 대한 지원도 늘어났다. 2019년 저소득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 금액은 월 13만원에서 월 20만원으로 늘었고, 청소년 자녀가 있는 한부모가족에는 월 35만원(기존 18만원)이 지원된다. 지원연령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8세 미만으로 대폭 확대됐다. 시설에 입소한 한부모가족의 양육부담 경감과 미혼모·미혼부의 자립 지원을 위해 아이돌보미를 파견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노동존중 사회’를 목표로 수립한 노동 관련 국정과제는 대부분 진척되지 않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의 경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주도해야 하는 사안이다. ILO 핵심 협약 비준 역시 경사노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가 주도해 추진하지 않고 노사정 협의에 기대고 있어 대부분의 노동정책이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가 시행한 공공·금융부문 성과연봉제는 폐기됐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6월 각 공공기관이 기관별 특성과 여건을 반영해 성과연봉제의 시행방안과 시기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방안’을 의결했다.

◇ “방향은 옳지만, 실천 방식에 아쉬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초 목표했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성평등과 노동존중이라는 개혁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집권 초기에 힘 있게 추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행이 완료된 국정과제는 대부분 정부 초반인 2017~2018년에 이뤄졌다. 현재 지체되고 있는 대부분의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미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의 이진옥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성평등에 대한 노력을 많이 했고 페미니즘 운동에 대한 반응도 열심히 보여주려고 한 게 있었는데, 아쉬운 점은 초반에 국정지지도가 높고 자신감이 있을 때 후보자 시절 얘기했던 성평등 정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더불어서 탁현민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사태가 큰 패착이 됐다. 탁현민 건의 문제는 여성의 정치적 시민권을 문재인 정부가 부정하는 방식으로 비춰지면서 (성평등 정책의) 취지를 훼손하고 여성리더들의 정치적 보폭을 축소시켰다는 점”이라고 했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과거에는 미혼모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시선이 있었다면 요즘은 (미혼모도) ‘아이 키우는 엄마’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가 (미혼모 지원 등) 정책을 펴면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받는다”면서도 “다만 지원 방식이 체계적이지 않아서 미혼모들이 지원을 찾아다니면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종합적인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데 아쉬움을 느낀다”고 했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장 확실히 드러낸 상징적 표현은 ‘속도조절’이다. 과도하게 기업에 부담을 주는 정책을 했기 때문에 속도조절을 해야겠다면서 최저임금 결정과정을 이원화하고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도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정책들은 (정부가) 노동존중을 표방하면서 내세운 정책의 실효성을 없애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이 실질적인 효과를 낸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소득을 성장시키지 못했기 때문이지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 내부의 지적이 정책에 반영돼 ‘친재벌’ 정부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던 참여정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처음부터 과도하게 친노동 정책을 취한 것도 아닌데 노동자 권리가 존중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이 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역시 ‘문재인 정부 2년 노동정책 평가’ 보고서를 통해 “가장 대표적인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해당 제도의 근본 취지를 뒤흔드는 수준으로까지 개악이 추진되고 있는 현실이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핵심 정책과제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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