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당정청 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사담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여당은 “공직사회의 적극행정을 당부하는 차원”이라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하지만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스스로 레임덕을 인정한 것”이라며 “바람직하지 못한 얘기를 했다”고 지적했다.

사건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벌어졌다. 자리에 나란히 앉았던 김수현 실장과 이인영 원내대표는 방송사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른 채 조곤조곤 대화를 이어갔다. 문제는 대화내용이 듣기에 따라 상당히 예민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 관료가 말을 안 듣는 것 같다. 이런 건 제가…”라고 말하자 김 실장은 “그건 꼭 해달라. 진짜 저도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고 답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가 국토부를 콕 찍어 “단적으로 김현미 장관이 한 달 안 나왔을 때 자기들끼리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고 하자 김 실장이 “지금 버스 사태가 벌어진 것도…”라고 호응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공무원들이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말을 잘 안 따라준다는 게 대화의 전체적인 맥락이었다.

이에 대해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3일 당 회의에서 “백 번 양보해서 관료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청와대와 여당이 얼마나 무능하면 2년 만에 이 지경까지 왔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며 “관료들의 업무형태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료조직은 집권자의 국정운영을 가능하게 만드는 일종의 시스템이다. 동시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고용을 보장함으로써 국정이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일종의 안전핀 역할도 하고 있다. 관료조직을 얼마나 잘 장악하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국정운영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에, 역대 정부는 인사와 기강확립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운용하는데 고민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집권세력과 관료조직이 현안을 놓고 충돌하는 경우가 꽤 빈번했다. 집권세력은 철밥통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라고 지적하고, 공직사회가 ‘정치논리’라고 반박하는 형태다. 박근혜 정부 당시 공무원연금개혁과 성과연봉제가 대표적이다. 정부여당은 ‘국가미래를 위한 결단’이라고 주장한 반면, 공직사회는 ‘공무원 길들이기 목적’이라고 맞섰다. 성과연봉제는 정권교체 후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른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사건’이 있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개입 ▲서울신문 사장 인사개입 ▲8.7조 국채발행 지시 등의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정부가 정책을 잘못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 전 사무관의 문제제기는 좁은 세계 속에서 판단한 것”이라면서도 “소신은 존중한다”고 두둔하고, 기재부가 고발을 취하하면서 사건은 일단락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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