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환송나온 노영민 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공항에 환송나온 노영민 실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아 내부메일을 통해 청와대 직원들에게 당부사항을 남겼다. 대통령의 ‘비서’로써 노영민 실장의 철학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핵심 메시지는 ‘춘풍추상’이었다. 노 실장은 “대통령 말씀처럼 청와대 직원들부터 ‘초심과 열정’을 지켜나가야 한다”며 “‘성과를 내는 청와대, 소통하고 경청하는 청와대,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춘풍추상이 사무실 액자 속의 경구가 아니라 국민과 소통하는 현장에서 살아있는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노 실장이 ‘춘풍추상’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취임 당시에도 청와대 비서진들에게 서신을 통해 “절제와 규율의 청와대가 돼야 한다”며 “사무실마다 벽에 걸린 춘풍추상 문구를 생각해달라”고 했었다. 춘풍추상은 ‘대인춘풍 지기추상’의 약자로 남을 대할 때는 춘풍처럼 관대하고 자기를 지키기는 추상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노 실장은 엄격한 규율과 질서를 중시하면서 단호한 리더십의 소유자다. 발언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김현철 전 경제보좌관의 속전속결 사표처리에는 노 실장의 강력한 건의가 있었다고 한다. 개발지역 아파트 구입 건으로 논란이 됐던 김의겸 전 대변인에 대한 인사처리가 신속하게 진행된 것 역시 노 실장의 단호한 측면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다가올 현안을 예측해 사전에 대비책을 세우는 것에도 능하다고 한다.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집권 하반기에 접어들면 공직기강 해이 문제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번 내부메일도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기 위한 성격이었다. 이밖에 AI 등 다양한 현안에서 한 걸음 먼저 고민하고 대응책을 세우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신뢰가 특히 큰 것으로 알려진다.

사실 노 실장은 비서실장으로 ‘예견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취임 당시 기대감을 모으진 못했다. 파격의 상징이었던 전임 임종석 비서실장과 비교하면 특히 그렇다. 부드럽고 유연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민주적으로 운영했던 임 실장에 비해 ‘엄격함’을 유독 강조하는 것도 다르다.

다만 안정감 측면에서 노 실장 체제에 분명한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임 실장 시절의 청와대가 집권 초기 신선함과 파격, 새로움을 상징했다면 노 실장 이후부터는 안정감을 주고 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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