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18:37 (화)
어렵게 패스트트랙 오른 선거법, 의원정수로 표류 위기
어렵게 패스트트랙 오른 선거법, 의원정수로 표류 위기
  • 은진 기자
  • 승인 2019.05.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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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엽 민주평화당 새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유성엽 민주평화당 새 원내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예방하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여야가 갈등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이 ‘지역구 의석 축소’라는 장벽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지역구 의석을 225석(현 253석)으로 축소하고 비례대표 의석을 75석(현 47석)으로 늘리는 개정안에 일차적으로 합의했지만, 지역구 의석이 줄어들 경우 가장 타격을 입게 될 평화당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선거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화 한 것은 평화당이 처음이다. 인구수에 비례해 지역구 의석을 줄이면 인구가 적은 농촌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이 가장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농촌이 많은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평화당이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유성엽 평화당 원내대표는 13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후 기자간담회에서 “선거제 개혁 문제를 어설프게 처리하면 안 된다. 지역구 의석, 특히 지방 중소도시 의석 축소가 안 되거나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합의가 이끌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세수를 동결해서라도 의석수를 늘리는 게 대안이 될 수밖에 없는데 반쪽짜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처리해선 안 된다. (만약 합의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에 탄 선거법은 (본회의에서) 부결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패스트트랙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논의에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거나, 지역구 의석을 축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의원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은 여야4당의 선거법 합의안과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선거법 개정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현재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를 줄여 비례성을 높이는 내용이 골자다.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은 당초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원정수를 330석으로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민주당이 ‘국민여론’을 이유로 반대해 동결로 굳어졌다.

‘패스트트랙 연대’를 함께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도 현 상황에서 의원정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다시 논의하는 것에는 부정적이다. 여당이자 원내 1당인 민주당의 반대로 정개특위에서의 의원정수 확대 논의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는 분명하게 300명을 넘기지 않기로 당론 정리를 했다. 국민 여론조사를 봐도 압도적 다수가 (국회의원) 300명을 넘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정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세비를 줄여서 의원 수를 늘리자고 주장하는데, 지금 국민이 말하는 건 세비를 줄이라는 게 아니라 권한이 있는 의원 숫자를 늘리지 말라는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의원정수 확대 부분은 처음에 330석을 주장했다가 민주당과 협상하면서 300석으로 줄였기 때문에 과거의 협상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국민의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거부감도 국회가 무시할 수 없어서 충분히 고려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원정수 확대 의제는 민주당과의 협상이 어려울뿐더러 국민 여론을 거스르기 때문에 사실상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지역구 축소는 평화당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정당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지역구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할 경우 국회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가·부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패스트트랙 통과 이후 한국당이 정개특위에 참여하게 되면 또 다른 방향으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시작될 수도 있다. 여러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선거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기 지역구를 없애는 선거법 개정안에 찬성할 국회의원이 몇이나 되겠느냐. 선거제도 개편 논의가 이대로 본회의에 오를 경우 이탈표가 나올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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