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는 최근 "정부여당 일원으로서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며 총선 역할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뉴시스
이낙연 총리는 최근 "정부여당 일원으로서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며 총선 역할론을 부정하지 않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이낙연 총리의 총선 역할론이 여의도 안팎에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지난 4.3 재보선에서 사실상 민주당이 참패한 데 이어,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까지 줄어들고 있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특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급으로 몸집을 키우는 상황에서 이를 상대할 무게감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이해 주요 여론조사기관에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살펴보면, 황교안 대표와 이낙연 총리의 양강구도가 뚜렷하다. <중앙일보조사연구팀> 결과, 황 대표가 19.7%였고 이 총리는 17.7%로 뒤를 이었다. <칸타코리아>의 조사에서도 황 대표가 16.1%, 이 총리 14.1%를 기록했고 <한국리서치>의 결과 역시 황 대표 17.6%, 이 총리 14.7% 순이었다.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선 이 총리가 17.7%로 황 대표(17.1%)를 앞서기도 했다.

◇ 가용할 대권주자 없는 민주당

총선 역할론에 대해 이 총리는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 8일 해외 순방 중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도 정부·여당에 속한 일원으로서 일을 시키면 합당한 일을 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 차출론’이 불거졌던 지난달 중순 “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거리두기를 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다. 물론 이번에도 “현직 총리가 구체적으로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진 않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변화는 분명하게 감지됐다.

시기적으로 총선 전 이 총리의 당 복귀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달 말이면 이 총리는 취임 2주년을 맞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해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고, 야당의 정치공세에 ‘품격’있는 대응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장수총리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내각의 변화 등을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교체가 유력하다. 후보든 선대위원장이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입장에서도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이 총리의 역할이 필요하다. 민주당 소속의 잠룡들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지자체장을 맡고 있어 내년 총선자원으로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부겸 의원이 있지만, 대구가 지역구여서 전국 단위 선거를 이끌기는 쉽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는 총선승리가 절실하고,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날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정권교체의 완성은 총선승리”라고 강조했다.

◇ 민주당 지도부 위기설 될까 ‘경계’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이해 방송 3사에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총리가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데이터=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칸타코리아
문재인 정부 2주년을 맞이해 방송 3사에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이낙연 총리가 양강구도를 형성했다. /데이터=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칸타코리아

하지만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문답 과정에서 간단히 소회를 털어놓은 정도라는 것이다. 14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이해찬 대표는 “이 총리가 언급한 내용에 대해 자세하게 부연돼 있지 않아 잘 모르겠다”면서도 “내년 총선에서 본인의 역할이 있지 않겠냐는 말인데, 진지하게 한 말은 아닌 것 같고 본인의 소회처럼 간단하게 이야기한 것 같다”고 판단했다.

한국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근소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분석을 내놨다. 이 대표 측은 “대개 방송사나 신문사 조사를 보면 10~15% 정도 차이가 난다. 한국당이 상승하고 있지만 근접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실제 13일 발표된 리얼미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격차는 4.3%(민주당 38.7%, 한국당 34.3%)로 오차범위 이내였지만, 한국리서치와 칸타코리아 조사에서는 각각 13%(민주당 34.7%, 한국당 21.7%)와 15.2%(민주당 32.2%, 한국당 16.8%)로 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해찬 지도부 ‘위기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한다. 따지고 보면 이 총리 역할론이 관심을 모으는 이면에는 현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위기감이 일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유력하게 여겨졌던 김태년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떨어지고, 이인영 의원이 당선된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으로 본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1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인영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은) 김태년 의원에 대한 비토였고, 그 말은 곧 이해찬 대표에 대한 비토”라며 “이 대표에 대한 실망감들이 좀 있는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 “친문 대 비문, 주류 대 비주류의 구도는 아니고 이 대표에 대한 쌓였던 불만들이 표출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이 대표가 총선까지 지휘할 수 있느냐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원들의 속마음을 읽었다고 할까, 그렇게 보인다”고 덧붙였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개요]
■ 리얼미터. YTN 의뢰로 7~10일까지 조사. 유무선 ARS 및 무선전화면접 방식. 최종응답자 2,02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 전체 응답률 6.8%.
■ 중앙일보 자체조사. 7~8일 조사.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최종응답자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전체 응답률 12%.
칸타코리아. SBS 의뢰로 7~8일 조사.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최종응답자 1,007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최종응답률 10.5%.
■ 한국리서치. KBS 의뢰로 7~8일 조사.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최종응답자 1,000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최종응답률 18.5%.
■ 코리아리서치. MBC 의뢰로 5~6일 조사.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최종응답자 1,006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최종응답률 11%.
※보다 자세한 선거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