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다시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기념식 참석을 예고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광주 방문을 반대했다. / 뉴시스
오는 18일 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광주의 시민단체들이 다시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기념식 참석을 예고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광주 방문을 반대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나흘 앞으로 다가온 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을 앞두고 광주시민들이 들끓고 있다. 모진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도리어 자꾸만 덧났다.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고, 왜곡과 폄훼 논란을 불러온 당사자들의 처벌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때문에 광주시민 입장으로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기념식 참석이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 “황교안 오지마… 전두환 사과하라”

물론 국가기념일 공식행사인 만큼 야당 대표의 참석은 당연하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실제 황교안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할 경우 보수 정당 대표로선 4년만의 일이 된다. 2015년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이 광주를 찾은 이후 새누리당과 한국당은 당대표 대신 원내대표가 기념식을 참석해왔다. 때문에 여권에선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에 일단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관건은 선행 조치 여부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황교안 대표가 광주를 찾기 전에 “5·18을 둘러싼 불미스러웠던 이야기를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산의 방법은 세 가지다. ▲망언 논란 의원들의 징계 ▲역사왜곡처벌법 제정 협조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위원 추천이다. 앞서 한국당은 이종명 의원의 제명안 의결을 위한 의원총회 개최와 한국당 몫의 진상조사위원 추천을 ‘국회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뤄왔다.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미 그는 국회 패스트트랙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 참석차 광주를 찾았다가 물세례를 받은 바 있다. 같은 일이 재현될 수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 뉴시스
황교안 대표의 광주행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미 그는 국회 패스트트랙 강행을 규탄하는 집회 참석차 광주를 찾았다가 물세례를 받은 바 있다. 같은 일이 재현될 수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 뉴시스

전망은 밝지 않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당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내 기반이 약한 황교안 대표가 강행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황교안 대표는 광주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민심 보듬기 차원이다.

이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시민단체들은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과 참배를 거부하고 나섰다. 나아가 “임계점에 다다른 광주시민들의 분노가 어떻게 터져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광주시민들의 분노는 한계에 도달한 모습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주장을 뒤엎는 증인과 증언이 잇따르고 있으나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목격 진술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서술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다. 쟁점이 된 헬기 사격 여부에 대해선 “나는 몰랐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고령, 건강 문제만 피력하는데 집중했다.

이에 시민들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13일 광주법정에서 열린 2차 공판에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인으로 5명이 출석했다. 내달 예정된 3차 공판에서도 증인 6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다. 법정 밖에서도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당시 광주에서 활동한 미군 정보요원 김용장 씨와 보안부대 수사관 허장환 씨가 입을 열었다. 같은 날, 두 사람은 국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광주를 방문해 사살 명령을 내렸다”고 폭로했다.

광주시민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황교안 대표를 동일 선상에서 해석했다. 한국당의 전신 민정당을 만든 주역이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표가 지난 3일 광주를 처음 방문했을 당시 광주시민들이 “전두환의 후예”라고 외친 이유다. 당시 황교안 대표는 광주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준비한 연설을 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야 했다. 선고 공판에 반드시 출석해야 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모습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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