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3 18:58 (목)
믿을 건 럭셔리뿐?… ‘명품 유치’ 혈안 된 백화점 3사
믿을 건 럭셔리뿐?… ‘명품 유치’ 혈안 된 백화점 3사
  • 범찬희 기자
  • 승인 2019.05.1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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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 팝업 스토어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명품 모시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지역 최초로 문을 연 루이비통 남성 전문매장. / 뉴시스
전용 팝업 스토어 등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명품 모시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지역 최초로 문을 연 루이비통 남성 전문매장. / 롯데백화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백화점 업계에서 명품 쏠림 현상이 더 심화되는 모양새다. 아예 ‘비싸거나 싼 물건’이 잘 팔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짙어짐에 따라, 명품이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브랜드 유치에 더 사활을 걸고 있는 것. 하지만 지나친 명품 의존도는 백화점의 본래 기능인 상품 다양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체 빠진 백화점… 효자 된 ‘명품’으로 돌파구

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명품 모시기에 더욱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8일부터 LVMH 그룹 펜디의 새 컬렉션 ‘로마 아모르’를 서울 소공동 에비뉴엘 본점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처음 선보인 뒤, 이달 중순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될 예정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던 지방 점포에도 명품 입점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루이비통 남성 전문 매장이 지방 최초로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 에비뉴엘 1층에 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 중 20% 이상이 해외명품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영남 지역 명품 애호가들의 핫플레이스로 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명품 라인 강화에 힘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은 전국 매출 1위를 자랑하는 강남점 중앙광장 1층에 ‘더 스테이지’라는 이름의 명품 팝업 공간을 꾸려놓고 있다. 더스테이지는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의 새 시즌을 알리는 명당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루이비통의 가을·겨울 컬렉션이 국내 단독으로, ‘디올’의 올해 봄·여름 신상품이 이곳에서 소개된 바 있다.

현대백화점도 지난 3월과 4월 연달아 압구정본점에서 명품 시계 바쉐린 콘스탄틴의 빈티지 라인과 벨기에 명품 브랜드 델보의 마그리트 팝업스토어를 열어 럭셔리 패션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처럼 주요 백화점 3사 모두 명품에 힘을 쏟고 있는 건, 그만큼 점포 매출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명품=불패’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고가의 명품은 백화점을 먹여 살리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1분기 롯데(-6%)와 신세계(-12%) 매출은 전년 대비 모두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영업익이 27% 줄었다.

◇ 명품 의존도 부작용 우려… ‘콘텐츠 강화 절실’

반면 명품 매출은 낙양의 지가를 올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해외명품 매출은 각각 19%, 20%, 19% 가량씩 신장됐다. 올해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3사는 명품 매출이 최대 20%씩 뛰면서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봄 정기세일에서 전년 대비 전체 매출이 4~7%씩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밀레니엘 세대의 명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도 백화점들이 명품을 홀대할 수 없는 이유다. 미래의 주력 고객이 될 밀레니얼(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가 일찍이 명품 큰 손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취향을 ‘저격’할 브랜드 유치가 필수 생존 요소로 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들이 자사 고유 패턴에 네온, 분홍 등 스트릿 감성을 입힌 ‘힙’한 디자인으로 재탄생해 젊은 층 사이에서 그 인기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면서 “여기엔 아이돌 가수들의 공항 패션 등을 통해 자연스레 노출되는 광고 효과의 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나친 명품 의존도는 백화점 고유의 기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반 잡화와 생활 용품 등 상품 다양화야말로 백화점의 존재 이유이자 소비자들이 방문하는 이유라며 콘텐츠 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체 10층 중에서 명품 전용 층이라고 해봐야 1~2층에 불과하다”며 “특정 백화점처럼 명품 이미지가 강해지면 오히려 일반 고객들이 점포를 찾는데 부담을 느껴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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