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그의 차기 대권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그의 차기 대권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웃었다. 그는 17일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결국 안개가 걷히면 실상이 다 드러난다. 세상의 이치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리 표현하자면 ‘사필귀정’이다.

이재명 지사가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자신의 결백을 나타낼 때 수차례 강조한 말이다. 그는 이날도 사필귀정을 언급하며 “믿을 거라고는 국민밖에 없고, 진실과 정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모두 무죄’ 대권으로 가는 길 열렸다

일단 고비는 넘겼다. 이재명 지사는 전날 1심 재판부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다. 핵심 쟁점이었던 친형 강제입원 시도 사건도 “무리하게 진행한데 대해 비난받을 수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친형이 정신질환 관련 약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이재명 지사가 알고 있었다는 점, 성남시 공무원에게까지 폭력적 언행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정신과 진단 절차를 개시할 사정이 충분하고 이는 시장의 정당한 재량으로 봤다.

이외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3가지 사실에 대해서도 이재명 지사의 손을 들어줬다. 친형 강제입원 시도 부인,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한데 대해 “허위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발언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도리어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나왔던 경기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 측이 이재명 지사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지사는 지지자들에게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길 기대한다”고 말한데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뉴시스
이재명 지사는 지지자들에게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길 기대한다”고 말한데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 뉴시스

이에 따라 이재명 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게 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직권남용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거나 허위사실 공표죄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직을 잃게 된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직권남용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개월, 벌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자칫 지사직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이재명 지사는 부담을 덜게 됐다.

뿐만 아니다. 잠재적 대권주자로서 다시 한 번 부상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재판 과정에서 보여준 이재명 지사의 법률가다운 성숙한 모습이 기존의 싸움닭 이미지를 상쇄하는 것은 물론 단단한 내공으로 평가됐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은 전투력으로 재해석됐다.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다는 그간의 우려를 씻어낸 셈이다. 이재명 지사는 1심 무죄 판결 이후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을 믿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따로 있다. 이재명 지사가 지지자들에게 “손잡고 큰길로 함께 가길 기대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일각에선 이재명 지사의 발언을 대권 도전 의사로 풀이했다.

물론 본인은 손을 저었다. 이재명 지사는 17일 출근길에서 “우리 국민이 촛불을 들고 정권을 교체해가며 만들고자 했던 나라, 모두에게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지고 각자의 몫이 보장되는 희망의 나라를 만들자는 대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의 대권행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이 항소를 예고한 만큼 법정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지사가 정치권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18일 5·18민주화운동 39주기를 맞아 광주를 방문하고 참배하기로 했다. 이어 23일엔 경남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대통령의 10주기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이재명 지사 측은 “매년 방문해왔던 곳일 뿐 다른 의미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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