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라이프스타일 전문 브랜드인 '무인양품'의 일부 제품이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제조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무인양품에서 제작한 유튜브 홍보 영상 첫 장면. / 유뷰브 캡쳐.
일본 라이프스타일 전문 브랜드인 '무인양품'의 일부 제품이 2011년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제조되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무인양품에서 제작한 유튜브 홍보 영상 첫 장면. / 유튜브 홍보 영상 캡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실용적이면서도 심플한 디자인의 제품으로 인기가 날로 올라가고 있는 ‘무인양품’이 암초를 만났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2011년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 위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 안전성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실용성 ‘갑’ 무지 플라스틱, 알고보니…

후쿠시마. 일본 혼슈 동북부의 여섯 현, 도호쿠 지방 중 한 곳인 이곳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핵폐기물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달 WTO(세계무역기구)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둘러싼 한‧일 무역 분쟁에서 한국 측의 손을 들어주자 들려온 환영의 목소리는 후쿠시마산에 대한 공포심이 우리 사회에 깊숙이 배어있음을 한 눈에 보여준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지난해 이 지역에서 생산된 라면과 술(사케)을 들여와 팔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후쿠시마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업체 ‘무인양품’의 제품 안전성이 도마에 오르며 논란이 일고 있다. 무인양품 플라스틱 제품군의 핵심 재료인 폴리프로필렌 공장이 일본 후쿠시마현 니시시라카와군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무인양품 후쿠시마 공장에서는 수납시리즈를 비롯한 필통 등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이는 일본 본사에서 제작한 유튜브 홍보 영상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해당 영상에는 제조부터 포장, 출하까지 일련의 과정이 담겼다. 무지코리아 측은 그러나, 국내에 수입되는 전체 3,000여개 아이템 가운데 수납시리즈를 포함한 ‘후쿠시마산(産)’의 비중을 당장 공개하기를 꺼렸다.  

◇ 탄탄대로 무지코리아, 원산지 논란에 ‘곤혹’

‘후쿠시마산’이라는 소식만으로도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내 맘 카페와 일본 여행 정보 카페, 유명 커뮤니티 등에서 관련 소식을 다룬 내용들이 번져나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일반 가정에 하나쯤 있는 무인양품 플라스틱 제품이 후쿠시마산이라는 얘기에 적잖은 놀라움을 보이며 업체 측의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음식만 신경 썼지 플라스틱은 생각지도 못했다. 앞으로 조심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무지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제품에 포함된 방사능 수치 등 위험성 정도를 일본 양품계획에서 확인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면서 “사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일본 본사와의 의견을 조율한 뒤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장 위치는 원전에서 80~90㎞ 떨어져 있는 곳으로,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다는 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4년 롯데상사(40%)와 양품계획(60%)이 합작해 설립한 무지코리아는 일본 특유의 미니멀한 감성을 앞세워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2011년 233억원 수준이던 연매출은 지난해 1,378억원으로 급증했다. 9억원 수준이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7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젊음의 거리’ 서울 신촌에 5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며 위용을 자랑했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무지코리아가 후쿠시마 생산 논란을 이겨내고 계속해 순항 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혀 난항을 겪게 될지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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