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거사위원회의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이 2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장자연 사건 의혹에 대한 수사권고가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10년 만의 재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 뉴시스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정한중 위원장 권한대행이 20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장자연 사건 의혹에 대한 수사권고가 어렵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써 10년 만의 재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2009년 3월 무명의 신인 탤런트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초 경찰은 우울증에 따른 자살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흘 뒤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전 매니저가 일부 언론을 통해 고인의 심경이 담긴 문건 일부를 공개하면서, 자살의 배경에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소속사 대표의 부당한 대우,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받은 것으로 알려지자 사건 규명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고인이 돼서야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 그의 이름은 바로 ‘장자연’이다.

◇ 문건 신빙성 있지만… 성폭력 혐의 수사권고 못 해

장씨의 이름을 딴 ‘장자연 문건’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논란의 출발점이다. 문건을 통해 장씨가 고발한 성상납, 술접대 대상자들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당시 성폭력 의혹을 제외한 사건 관련자 가운데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소속사 대표 김모 씨와 전 매니저 유모 씨뿐이었다.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을 재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13개월에 걸쳐 조사를 벌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250쪽 분량의 최종보고서를 과거사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핵심 의혹은 미완으로 남게 됐다. 과거사위가 장씨에 대한 성폭력 의혹 수사를 권고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20일 발표된 진상조사단의 최종보고서 검토 결과, 의심할만한 새로운 정황을 확인했지만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사건의 증인으로 나섰던 동료 배우 윤지오 씨의 진술로 공소시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으나, 막판에 진술 신빙성 논란을 사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또 피해자가 이미 사망한데다 가해자 특정마저 어렵다는 게 과거사위 측의 판단이다.

고 장자연 씨는 생전 소속사 대표로부터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성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겼으나 관련자들의 처벌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금까지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만 처벌받았다. / 뉴시스
고 장자연 씨는 생전 소속사 대표로부터 사회 유력 인사들에게 성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받았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겼으나 관련자들의 처벌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지금까지 소속사 대표와 전 매니저만 처벌받았다. / 뉴시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 여부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명단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실체 자체는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 다시 제자리다.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장씨의 자필 문건은 4장이다. 주목할 부분은 관계자들의 진술이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문건의 수량에 대해 장씨의 오빠는 8~9장이라고 밝힌 반면 전 매니저 유씨는 6~7장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문건은 최소 6장 이상으로 추정된다. 공개되지 않은 2장이 성상납과 술접대 대상자들의 이름이 나열된 리스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윤씨와 전 매니저 유씨의 통화 녹취록을 주목할 만하다. 유씨는 통화에서 “목록을 넘길 생각이 없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경은 물론 이번에 사건을 재조사한 진상조사단도 의혹을 풀지 못했다. 다만 진상조사단은 사건에 대한 검경의 부실수사와 조선일보 측의 외압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 측이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소속사 대표 김씨가 위증을 한 혐의에 대해 수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제는 공소시효 만료와 증거 부족이다. 결국 과거사위에서 수사 개시를 권고한 것은 김씨에 대한 위증 혐의뿐이다. 사실상 진상규명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이 총 84명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통화내역 원본, 디지털포렌식 복구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주요 의혹 관련자들이 면담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년 만의 재조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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