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발생한 제천 화학공장 폭발사고와 관련해 LG화학에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제천의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사망자가 3명으로 늘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제천 화학공장 폭발사고의 사망자가 3명으로 늘어났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당국의 관리부실과 산업 현장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충북 제천시 왕암동에 위치한 한 화학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은 지난 13일이다. 이 사고로 당시 1명이 숨지고 3명이 전신화상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이후 지난 16일 50대 부상자가 숨진 데 이어 지난 20일엔 40대 부상자가 숨을 거두면서 사망자는 총 3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폭발사고가 발생한 곳은 LG화학의 협력사인 에스켐이다.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간체 등을 생산하며, 직원 수가 30여명에 불과한 작은 업체로 알려졌다.

해당 폭발사고는 LG화학이 에스켐에 위탁생산을 맡기기 전 단계인 시운전 과정에서 발생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 숨진 사망자와 지난 16일 숨진 두 번째 사망자 모두 실험에 참관한 LG화학 소속 연구원이었다. 마지막 사망자는 에스켐 임원이다.

경찰은 관계기관과 함께 현장감식을 진행하는 한편, 에스켐과 LG화학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 중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의 화학물질 배합에 문제가 있었는지, 에스켐 측 관리부실 문제인지 등이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고 당시 다뤄진 화학물질은 일반적으로 널리 공개된 물질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또 다시 발생한 폭발사고로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는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먼저 관계당국의 관리 부실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에서 폭발 및 누출 사고로 숨진 노동자는 100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충북지역에서는 23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지난해에도 5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들은 “해당업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불안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제천 화학공장 폭발사고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고 원인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화학물질 사고가 끊이지 않고, 피해는 지역주민에게까지 확산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은 부실 그 자체다. 고용노동부 충주지청의 안일한 행정과 책임방기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던 ‘위험의 외주화’가 또 다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원청 격인 LG화학이 위험한 화학물질 생산을 협력사에 떠넘긴 것은 아닌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폭발사고는 언제라도 폭발할 위험성을 내재한 화학물질 취급 중 발생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LG화학은 어떤 화학물질을 배합해 실험하다 폭발이 일어났는지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관계자는 “산업 현장의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폭발사고 역시 LG화학이 위험한 화학물질의 실험 및 생산을 외부에 떠맡기려다 발생한 것은 아닌지 의혹을 지우기 어렵다”며 “이번 폭발사고와 최근 한화토탈 대산공장 유증기 유출사고 등에서 알 수 있듯, 화학물질은 자칫 큰 사고 및 주민피해를 낳을 수 있는 만큼 대기업들의 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화학업계의 경우 특정한 능력을 갖추고 허가를 취득한 곳만 위험한 물질을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위험의 외주화 구조로 보기엔 무리가 따른다”고 말했다.

LG화학 측은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며 “다만, 일부에서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측면이 있으며 해당 업체는 특정 금수성물질을 다룰 수 있는 허가를 받은 곳이어서 위탁생산이 추진됐고 시운전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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