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해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은 21일 SK 본사에서 열린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SV)위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이미정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SK그룹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개별 계열사의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여도를 수치화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 본격적인 운영에 돌입한 것.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 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듯 같은 기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SK그룹은 사회적 가치를 경영성과의 한 척도로 평가하기로 하고, 2017년부터 측정 시스템을 연구해왔다. 21일 처음으로 시스템 운영 방식과 측정 결과가 외부에 공개됐다. 

이날 서울 종로구 SK 본사에서 이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안팎의 관심을 반영하듯, 간담회장은 많은 취재진들로 가득 메워졌다. 첫 발표자로 나선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사회적가치(SV) 위원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이유는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표와 기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가치란 기업 경영활동 등을 통해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한 성과를 뜻한다. 이 위원장은 “초연결사회에 진입하면서 기업과 사회의 관계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면서 “경제적 가치 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창출도 요구받는 사회를 맞이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이같은 시대 흐름에 맞춰 그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주요 경영 화두로 강조해왔다. 보다 체계적인 기업 경영 혁신에 나서기 위해 측정 시스템을 마련했다. 기업의 사회적 성과를 화폐가치로 측정했다는 점은 실험적인 시도다. 특히 제품‧서비스 관련 사회적 가치까지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SK가 처음이다.

SK에 따르면 사회적 가치 측정 분야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3가지로 나뉜다.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기업 활동을 통해 경제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로, 고용과 배당·납세 등의 항목으로 측정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제품·서비스 개발, 생산, 판매를 통해 발생한 사회적 가치를 뜻한다.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부문 등으로 나눠 평가한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지역사회 공동체에 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창출한 가치를 말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프로그램, 기부, 구성원들의 자원봉사 관련 실적을 측정한다. 

이날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원사인 16개 주요 관계사 중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3개사의 지난해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를 먼저 공개했다. 

측정 결과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2조3,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조1,884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494억원을 각각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SK텔레콤은 △경제간접 기여성과 1조6,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181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339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평가됐다. SK하이닉스는 △경제간접 기여성과 9조9,000억원 △비즈니스 사회성과 -4,563억원 △사회공헌 사회성과 76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각각 측정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의 비즈니스 사회성과가 거액의 마이너스 지표가 나와 이목을 끌었다. 이에 대해 SK 측은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의 측정값으로 환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계열사 임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친환경 사업모델을 확대하는 등 방법으로 플러스 항목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한 사업 계획도 발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비즈니스와 폐배터리‧폐플라스틱 재활용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친환경 반도체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기술 혁신과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환경과 거버넌스 부분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이같은 마이너스 요소를 개선해나가고,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지속적으로 보안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평가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다. SK는 소비자피해 관련 사건·사고, 지배구조 개선성과, 법규 위반 사항 등은 객관적인 측정방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현재 외부 전문가들과 이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회적 가치를 일종의 재무제표 형태로 작성해서 공개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번 발표는 앞으로 긴 마라톤을 시작하기 위한 첫 출발점”이라며 “시스템 미비점을 앞으로 보강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나머지 계열사들의 측정 결과는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공표 방식과 시점은 각 사별로 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때 밝히거나 지속가능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자율로 정하게 된다. 측정 결과는 매년 발표된다. 아울러 SK는 관계사별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이같은 성과를 50%를 반영해 독력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신년회에서 “미래에는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 블루오션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두 가치를 모두 고수하는 것이 이해충돌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지만 SK 측의 생각은 달랐다. 새로운 사업 전략이자 마케팅 전략으로 사회적 가치는 유효 할 수 있다고 봤다. 과연 최태원 회장의 DBL 경영이 새로운 경영 혁신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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