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해 주민 수백명이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사고가 발생한 대산공장에 탱크에 물을 뿌려 식히고 있는 모습./민주노총, 뉴시스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서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해 주민 수백명이 피해를 입었다. 사진은 소방당국이 사고가 발생한 대산공장에 탱크에 물을 뿌려 식히고 있는 모습./민주노총,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한화토탈이 유증기 유출 사고로 비상이 걸렸다. 충남 대산공장에서 잇따라 유증기 유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 수백 명이 병원치료를 받게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안전경영에도 적색 경고등이 커졌다.  

◇ 유증기 유출 사고로 주민 수백명 병원행 

환경부에 따르면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소재 한화토탈 대산공장에선 지난 17일과 18일 두 차례 유증기 유출 사고가 일어났다. 1차 유출 사고는 17일 오후 12시 30분쯤 발생했다. 이 사고는 스틸렌모노머를 합성하고 남은 물질을 보관하던 탱크에서 이상 반응으로 열이 발생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환경부는 이 열로 탱크 안에 저장된 유기물질이 기체로 변해 탱크 상부로 분출된 것으로 추정했다. 

서산 소방서와 서산 합동방재센터 등은 이날 1시 30분쯤 현장에 도착해 사고 수습에 벌였다. 사고 발생 2시간 만인 오후 2시40분쯤 유증기 차단 등 수습을 완료했다. 

하지만 다음날 오전 5시 40분경 또 다른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서 주민 피해를 키웠다. 환경부 측은 “예방을 위해 탱크로 폼 소화 약제를 주입하던 중 이곳에 암아 있는 잔존물질이 추가로 분출돼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 사고로 근로자를 비롯해 주민 수백 명이 병원 진료를 받았다. 서산시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0일 오후 12시까지 유증기 유출과 악취로 인해 총 525명(서산의료원 409, 중앙병원 90, 대산정형외과 26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어지럼증, 구토, 안구 통증 등을 호소했다. 

한화토탈은 18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권혁웅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화토탈 측은 “지역주민, 협력업체와 주변공단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전문기관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지역의 (공장) 가동을 정지했고 전문기관으로부터 정확한 진단을 받아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한화토탈의 후속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맹정호 서산시장이 20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태에 강한 유감을 표했다. 특히 사측의 늑장 신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맹 시장은 “17일 1차 사고가 발생한 뒤 서산시가 전화로 확인하기 전까지 신고가 없었고 18일 2차 사고 때에도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화토탈은 1차 사고 때 소방수를 뿌리는 등 자체 대처한 뒤 1시간쯤 지나 서산소방서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학물질 관리법에는 화학 사고가 나면 지방자치단체나 소방관서에 즉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회사 측의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 “매뉴얼 지켰다”지만… 한화토탈 후속 대처 도마 위  

이에 대해 한화토탈 측의 주장은 다소 달랐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21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1차 사고 때는 발생 후 45분 뒤에 신고가 이뤄졌지만, 후속 조치는 안전관리 매뉴얼대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 발생 시, 유출 물질과 피해 규모에 따라 대응 매뉴얼이 달라진다”며 “1차 사고는 폭발이나 화재가 일어났던 것이 아니라, 유증기가 탱크 외부로 나왔던 건이기에 통상적인 사고와 다른 케이스였다. 이에 회사에선 탱크의 열을 식히고 추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행동이 자체적으로 가능하다고 봤다. 다만 유증기의 유출량이 많아지면서 이후 신고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2차 사고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새벽 소량의 유증기가 유출되자 곧바로 서산소방서랑 방제센터에 연락을 했다”며 “환경부에도 이같은 사실을 알려졌지만 입장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민 피해가 커지면서 사측의 후속 대처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유증기 유출 규모와 주민 피해 정도 등을 감안해 환경부에서 종합적으로 판단을 할 것 같다”며 “관계부처의 판단을 기다릴 방침”이라고 전했다. 향후 문제가 있었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 안전관리 대응 매뉴얼도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전했다.

한화토탈 대산공장의 안전사고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화염이 발생해 근로자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압출기 드럼 청소를 위해 상단뚜껑을 여는 순간 화염이 일어났으며, 당시 근로자 3명은 얼굴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한화토탈은 지자체와 소방당국에 즉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산 바 있다. 이번 사고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선 회사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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