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측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데 대해 ‘업무 일환’으로 설명하며 “법리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 뉴시스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 측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데 대해 ‘업무 일환’으로 설명하며 “법리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성창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양승태 키즈’로 불렸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인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2년 동안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근무한 전력이 그 배경이다. 때문에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공모 혐의와 관련 1심 재판장이 바로 성창호 판사였던 것이다. 김경수 지사는 1심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자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억울한 심경을 대신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만이다. 양측의 상황이 달라졌다. 성창호 판사는 김경수 지사를 겨냥해 ‘여당 인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하자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소했다’는 취지로 불만을 토로했다. 앞서 그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4월 검찰의 ‘정운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법관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근무하던 성창호 판사가 수사 기록 등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 “김경수 실형 선고하자 정치적으로 기소돼”

성창호 판사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사건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였다. 검찰에 따르면, 신광렬 판사는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검찰의 수사 방향을 확인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는 주문받은 뒤 성창호 판사에게 그대로 지시했다. 성창호 판사와 영장 업무를 전담한 조의연 서울북부지법 수석부장판사도 기소된 상태다. 세 사람의 재판은 20일부터 시작됐다.

성창호 부장판사 측은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해 정치 보복을 당했다는 게 요지다. / 뉴시스
성창호 부장판사 측은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해 정치 보복을 당했다는 게 요지다. / 뉴시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에서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은 성창호 판사 측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로 긴장감이 돌았다. 검찰은 해당 의견서를 언급하며 “억측에 불과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창호 판사가 김경수 지사에게 1심 선고를 내리기 이전인 지난해 9월 피의자로 입건했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행정처 관계자를 조사하느라 수사가 장기화됐을 뿐 일각에서 말하는 정치 보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성창호 판사 측은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의 변호인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검찰의 정치적 기소로 주장한데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한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판준비기일에서도 변호인은 “영장판사가 형사수석에게 보고(영장처리 결과와 내용)하는 건 업무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형사수석이 법원행정처에 보고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성창호 판사는 지난 3월 15일자로 사법연구 발령을 받았다. 이에 따라 오는 8월 31일까지 재판업무에서 배제된다. 대신 징계 심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달 9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추가 징계를 청구한 10명의 현직 법관에도 성창호 판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서 주요 보직을 거치며 엘리트 법관으로 꼽히던 성창호 판사는 결국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의 인연으로 발목을 잡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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