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K2코리아 정영훈 대표의 갑질을 고발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지난 21일, K2코리아 정영훈 대표의 갑질을 고발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K2코리아 정영훈 대표가 대리점에 대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 대리점주들에게 억대 인테리어 리뉴얼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K2코리아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으나, 아웃도어 시장의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K2코리아 정영훈 대표의 갑질을 고발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K2코리아 정영훈 대표는 대리점계약 5년째에 반드시 인테리어를 전면 리뉴얼하도록 강요했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예외 없이 대리점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며 “이 같은 갑질 행위와 관련해 5년 이상 된 대리점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리점에 대한 인테리어강요 행위는 ‘대리점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0조 경영활동 간섭금지-합리적 이유 없이 대리점의 점포환경개선을 강요하는 행위’에 해당하지만 피해 대리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찍소리도하지 못한다”며 “K2코리아는 법 위반임을 잘 알고, 대리점주들이 자발적으로 인테리어를 한 것으로 위장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청원에 대해 K2코리아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2코리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통상 5년차가 되면 인테리어 리뉴얼에 대해 영업부서와 대리점주가 협의를 시작하는 것은 맞지만, 강요는 전혀 없다. 7~8년차에 인테리어 리뉴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누가 청원을 올렸는지 짐작하고 있다. 그동안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서도 꾸준히 불만을 제기했었다”며 “매출 감소 등으로 개인적인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 다만, 제기하는 불만들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원인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그런 일이 없었다면 나를 비롯한 많은 점주들이 왜 폐점했겠나. 공정거래위원회에 호소문을 보낸 대리점주도 있고, 소송을 진행 중인 대리점주도 있다”며 “이미 이런 문제로 인해 대리점을 관둔 이들도 많고, 모두가 불만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을 올린 청원인은 올해 초까지 5년 동안 K2 대리점을 운영해왔다. 현재는 다른 브랜드 대리점을 같은 장소에서 운영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문제제기에 나선 이유는 “K2의 갑질에 제동을 걸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청원인은 “5년이 되기 전부터 압박을 느끼고, 시기가 되면 내용증명이 오기 시작한다. 인테리어 리뉴얼을 거부하면 계약을 해지하고 근처에 다른 신규 대리점을 유치한다. 그러면 이후 그 대리점도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갑질 피해를 입고 그만둔 대리점 점주들이 많지만, 대부분 불쾌하고 괜한 문제에 휩싸이기 싫어 크게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넘어갔다. K2가 계속해서 이러한 행태를 이어왔던 이유다. 그래서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테리어 리뉴얼에 드는 억대 비용은 모두 대리점주가 감당해야 하지만, 정작 인테리어 업체는 본사에서 지정한 곳만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아웃도어 대리점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2012~2013년까지만 해도 이러한 대리점 인테리어 리뉴얼은 업계 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지만,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엔 대부분 없어졌다. 가뜩이나 매출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이 커진 대리점주들이 참지 못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아웃도어 업계는 가파른 성장세가 꺾인 지 오래일 뿐 아니라, 하락세도 나타나고 있다. K2코리아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다. 성장 정체가 뚜렷하고,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3%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영훈 대표를 비롯한 오너일가는 수년간 고배당을 통해 수백억을 챙기며 적잖은 뒷말을 낳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존재감이 커진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 갑질 문제에 이어 지난해부터 대리점 갑질 문제를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업종별 자율 개선 유도, 직권조사 강화 등의 방안을 발표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의류, 통신, 식음료 업종의 대리점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아웃도어 업계의 대표적인 대리점 갑질 사례로 꼽히는 인테리어 리뉴얼 강요 문제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오르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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