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열린 쥴 랩스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의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쥴 랩스 공동 설립자인 아담 보웬(왼쪽)과 제임스 몬시스가 진행자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 시사위크
22일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열린 쥴 랩스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의 출시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쥴 랩스 공동 설립자인 아담 보웬(왼쪽)과 제임스 몬시스가 진행자의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 범찬희 기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전자담배 시장이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 액상전자담배 1위 ‘쥴 랩스(JULL Labs)’가 정식으로 한국 땅을 밟으며 국내 흡연가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쥴이 궐련형 일변도의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킬지, 아니면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담배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 “10억 흡연자 삶 개선… 쥴의 존재 이유”

담배 업계와 흡연가들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은 ‘쥴’이 한국에 상륙했다. 22일 쥴 랩스 코리아는 서울 성수동 한 카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 시장의 공식 진출을 알렸다.

‘쥴 랩스’는 스탠퍼드대 동문인 제임스 몬시스(CPO‧최고제품책임자)와 아담 보웬(CTO‧최고기술책임자)에 의해 설립된 미국의 전자담배 회사다. 이들은 지난해 말 한국 진출을 위해 현지법인인 쥴 랩스 코리아 유한회사를 세웠다.

이날 간담회에서 쥴 랩스 관계자의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말 중 하나는 ‘흡연자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한다’는 경영 철학이다. 첫 발표자로 나선 켄 비숍 아시아지역 국제성장 부문 부사장은 “지난 15년간 전 세계적으로 일반 담배 흡연율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반 담배 흡연은 예방 가능한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전 세계 10억 성인 흡연자의 삶을 개선하는 게 쥴의 존재 이유”이라고 밝혔다.

이승재 쥴 랩스 코리아 대표이사 역시 “쥴 랩스의 미션은 전 세계 10억 성인 흡연자의 삶 개선하는 것이며, 쥴 랩스 코리아 미션은 900만명의 한국 성인 흡연자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체 측은 담배연기와 담뱃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일반 담배에 비해 얼마나 흡연자가 유해 물질에 덜 노출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직접 질의응답에 나선 제임스 몬시스 CPO는 “영국 보건 당국 자료를 보면 일반 담배로 인한 유해 물질 95%가 전자 담배 카테고리에서 줄어든다는 게 확인 가능하다”라는 정도로만 설명했다.

오는 24일 일선 편의점과 면세점 등을 통해 정식 출시되는 쥴 랩스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 쥴 랩스 코리아는 '프레쉬', '클래식', '딜라이트', '트로피컬', 크리스프' 총 5가지 종류를 선보인다. / 시사위크
오는 24일 일선 편의점과 면세점 등을 통해 정식 출시되는 쥴 랩스의 액상형 전자담배 '쥴'. 쥴 랩스 코리아는 '프레쉬', '클래식', '딜라이트', '트로피컬', 크리스프' 총 5가지 종류를 선보인다. / 범찬희 기자

◇ ‘액상형’ 출시 러시… 들썩이는 전자담배 업계

쥴 랩스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국내 전자담배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는 건 액상형 타입이라는 점에서다. 필리모리스의 ‘아이코스’부터 KT&G의 ‘릴’, BAT코리아의 ‘글로’ 등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제품 모두 궐련형이다.

이로 인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자담배=궐련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일반적으로 액상형은 궐련형 전자담배 흡연시 발생하는 ‘찐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쥴의 국내 상륙에 맞춰 기존 업체들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출시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시장 판도가 궐련형에서 점점 액상형으로 넘어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쥴의 정식 판매가 이뤄지는 날(24일)로부터 사흘 뒤 KT&G가 폐쇄형시스템(CSV) 액상전자담배기기 ‘릴 베이퍼’를 내놓는다.

또 다음달 말 일본의 글로벌 전자담배 죠즈도 ‘죠즈20’의 후속 모델과 함께 액상형 전자담배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궐련형 전자담배는 물론, 일반 담배의 완전한 대체제가 되기엔 시기상조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쥴을 미리 접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니코틴 타격감이 약하다는 의견이 상당하다”며 “디바이스 가격이 큰 부담이 없는 만큼 액상형 전자담배를 실내용으로 병행할 수는 있겠지만, 일반 담배의 대안이 되기엔 힘들 것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출시된 쥴 액상 팟의 니코틴 함량은 1% 미만으로, 3~5% 수준인 미국 액상 팟과 차이가 있다.

한편 이날 쥴 랩스는 현재 연구 단계에 있는 혁신에 대한 짤막한 언급을 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임스 몬시스 CPO는 “조만간 소비자들이 흡연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할 것”이라며 “베타 시험 단계에 있는 이 기술은 궁극적으로 청소년 흡연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는 지금까지 담배업계에서는 없던 일”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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