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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걸이 간다
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안진걸이 간다㉒] 대학등록금 딜레마… “공영형 사립대학으로 길 찾자”
2019. 05. 22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과 대학의 재정 안정화를 둘러싸고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상아탑(象牙塔). 진리를 찾고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널리 사용돼왔다. 하지만 2000년 후반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났다. 바로 ‘등골탑’이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녀를 대학에 보내면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의미에서 나온 자조섞인 말이었다. 

대학등록금 이슈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1980년대 초반까지 연간 100만원을 밑돌던 사립대 등록금은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사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를 기점으로 오르기 시작, 1995년 323만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등록금 인상 흐름은 2000년대 후반까지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반발이 커졌다. 

◇ 학생은 등록금 부담에 시름 vs 대학은 재정악화에 하소연 

정부는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등록금 경감 대책 논의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반값등록금’ 정책도 나왔다. 반값등록금은 실질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낮추는 것으로 목표로 한 정책이다. 2000년 후반들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돼 2012년부터 시행됐다. 정부는 소득 수준과 연계한 국가장학금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등록금 인상 시 정부재정지원사업 패널티가 부과되는 제도를 마련한 바 있다. 이같은 압박에 대학들은 2009년부터 서서히 등록금 동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났지만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고통은 여전한 분위기다. 10년간 동결 돼왔지만 워낙 금액 자체가 높게 형성돼있다. 교육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올해 사립대 평균등록금은 745만6,800원이다. 같은 기간 국공립대학은 등록금은 416만2,100원이다. 우리나라는 국립대학의 비중은 전체 대학의 19%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가 사립대학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는 학생이 더 많다는 얘기다. 

국가 장학금 지원 제도가 있지만 문제는 대상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국가장학금은 소득수준과 연계해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설계된 1유형(학생직접지원형)과 대학 자체의 노력과 연계해 지원하는 2유형(대학연계지원형)으로 나뉜다. 이 중 1유형은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소득 8구간(분위) 이하 대학생 중 성적 기준을 충족한 자로 일정 기준을 통과해 소득수준이 파악된 학생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교육비 경감’을 위한 시민운동을 펼쳐온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국가장학금제도가 개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안 소장은 “우리나라 대학생 절반 이상은 국가 장학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장학금 소득 기준이나 성적 기준이 지금보다는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등록금 이슈는 대학들에게도 난제 중 하나다. 장기간 등록금 동결에 참여해왔던 사립대학들 사이에선 곡소리가 무성하다. 잇단 등록금 동결로 재정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반응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대학의 전반적인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내부 시스템 개선 역시 힘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즉, 방만경영과 각종 내부비리를 근절할만한 시스템 마련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최근 학계와 시민사회에선 ‘공영형 사립대학’ 확산을 통해 길을 찾아야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영형 사립대는 대학 운영비 50% 이상을 국가가 지원하는 대신, 이사 정수의 50% 이상을 공익이사로 구성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사립대학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선거 공약이었다. 하지만 집권 3년차에 접어든 현재까지 정책 실행은 제자리걸음이다. 교육부는 관련 예산 812억원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했으나 전액 삭감됐다. 올해 예산에는 공영형 사립대 도입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비만 반영된 상태다. 

이에 최근 교육·시민단체들이 ‘공영형 사립대’ 도입을 정부에 본격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6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등 8개 교육·시민단체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영사립대 정책 조속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는 안진걸 소장과 함께 이 자리를 찾았다.

◇  등록금에만 기댄 대학 재정 “고등교육 공공성 강화해야” 

이들은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 운영은 등록금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고, 특히 국민소득 대비 사립대학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대학의 사립 비중이 85% 이상이라는 실정까지 고려하면, 학부모와 학생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겪는 고통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등교육의 85%를 사립대가 책임지는 현 상황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며 “특히 학령기 인구의 감소·수도권 집중 현상·사학비리 등에 의해 무너져 가는 지방대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 것은 국가가 고등교육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6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등 8개 교육·시민단체는 16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공영사립대 정책 조속시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이미정 기자

그러면서 “교육의 질을 개선하고 위기에 처한 고등교육을 개혁하기 위해 정부가 고민해 만든 정책이 바로 공영형 사립대학”이라며 “이미 몇몇 보고서에 기술돼 있듯이 공영형 사립대학은 수업의 질을 개선하고 학비 부담을 경감시키며 교육과정을 혁신할 수 있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공영형 사립대학은 사학비리를 근절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영형 사립대학을 통해 지방 거점대학이 확고하게 자리 잡게 됨으로써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이제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을 지나 3년차에 접어들고 있다”며 “공영형 사립대학 정책을 더 미룰 경우, 이번 정부에서 이 정책이 실현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공영형 사립대학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고, 위기에 처한 고등교육을 개혁하기 위한 필수적인 정책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정균 사립학교 개혁과 비리추방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상지대 교수)은 “학생들이 대학등록금에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대학 재정이 등록금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부터 개선하면 부담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진걸 소장은 “아이가 태어나서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3억원이 넘는 돈이 든다고 한다”며 “그간 고등교육은 민간에만 그 책임을 맡겨놨다. 공교육 정상화와 투명성 제고를 위해선 국가가 책임있게 정책 시행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