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명연기를 선보인 남궁민 /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명연기를 선보인 남궁민 /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남궁민이 해냈다. 흔한 로맨스 한 번 없이 오로지 긴장감 넘치는 심리전만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 최근 종영한 KBS 2TV 수목드라마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서다.

KBS 2TV ‘닥터 프리즈너’는 대형병원에서 축출된 외과 에이스 의사 나이제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된 이후 펼치는 신개념 감옥-메디컬 서스펜스 드라마다. 해당 작품은 최고 시청률 15.8%를 기록, 동시간대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소름 끼칠 정도로 ‘나이제’ 역을 소화한 남궁민의 열연이 있었다.

드라마 설명에서 짐작할 수 있듯 ‘닥터 프리즈너’는 남궁민의 활약을 중심으로 한 작품이다. 이에 이번 작품의 흥행이 남궁민에게 유독 특별하게 다가올 터. 최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와 만난 남궁민은 “작년 7월 30일 첫 대본 받은 것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닥터 프리즈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남궁민 / 지담 제공
'닥터 프리즈너'에 대한 애착을 드러낸 남궁민 / 지담 제공

- ‘닥터 프리즈너’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지상파의 자존심을 살렸다는 평이 있기도 하다. ‘닥터 프리즈너’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지상파를 살렸는지는 잘 모르고 있었다. 요즘 지상파가 조금 안 좋다보니까 그런 평가가 운 좋게 붙은 것 같다. 최선을 다해서 연기 했다.

드라마 소재가 독특한 것이 드라마가 사랑받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이 대본에 대해 애착이 가고 마음에 들었다. 지난해 7월 30일에 첫 대본 받은 것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작년 7월 30일 날 제안을 받고 제작사 측에게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대본이 짜임새가 있었고 쉬는 구간이 없었다. 쉼 없이 흘러가는 데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어서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또한 ‘나이제’라는 캐릭터가 교도소 안에서 하얀 가운을 입고 누군가를 고쳐주는 것이 아닌 가짜 병을 만들고 복수를 한다는 스토리가 신선하게 다가와서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높은 시청률이 연기를 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나.
“제가 아무리 연기자이지만 돈을 받고 일하지 않나. 상업적인 시청률을 의식 안 할 수는 없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조금 힘이 됐었다. 방송이 되기 전까지 개인적인 입장으로 나이가 더 들면 들수록 연기라는 것에 대해 자신이 없어지고 연기가 어렵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 연기인 지에 대한 생각이 복잡해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드라마 방송 전까지 감독님, 작가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하지만 자책을 너무 많이 하고 (스스로 연기에 대해) 매 장면 마음에 안든 게 너무 많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 남궁민 / 지담 제공
'닥터 프리즈너'를 통해 몰입도 높은 연기를 선보인 남궁민 / 지담 제공

- ‘닥터 프리즈너’ 속에서 대사도 많고 반전도 많았다. 이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나.
“대사가 초반에 정말 많았다. 극 초반 나이제 위주로 극이 전개됐다. 1~4회를 통틀어 하이라이트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나이제의 첫 등장인 것 같다. 첫 등장에서 오정희(김정난 분)에게 감옥에서 빼내주겠다고 하는 모습이 나온다. 나이제의 숨결이나 드라마의 톤이 해당 장면을 통해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이에 가장 어려웠던 신 역시 첫 번째 장면이다. 정말 수천 번 이상 연습했다. 지금도 첫 대사를 시키면 훅 나올 정도다. 기억에서 안 지워질 정도로 연습했고, 그래서인지(너무 연습을 해서인지) 그 장면은 만족할 만큼 괜찮지는 않은 것 같다.”

- ‘닥터 프리즈너’ 결말을 보고 시청자들 사이에서 ‘시즌 2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KBS2TV ‘김과장’(2017) 왜 시즌 2 안나오냐’ ‘이번 드라마도 시즌 2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 많이 듣는다. 드라마의 주인공이고, 작품이 너무 잘 끝나서 물론 긍정적인 마음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상업적인, 금전적인 것들이 너무 많이 얽혀있는 일 아닌가. 제작사와 방송국의 입장 등 복잡한 것들이 많다. 그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시는 지 모르는 입장이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시즌 2가 나온다면 하고 싶다.

물론 대본을 안보고 할 수는 없다. 대본의 스토리와 구성이 16부작을 채우기에 충분한 지, 1편보다 완성도가 있는 지는 무조건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본만 보고 작품이 재밌고 완성도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든지 맞춰서 다 하고 싶다. 대본이 완성도가 없으면 절대로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선 좋은 대본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닥터 프리즈너'에서 다크한 매력을 선보인 남궁민 / 지담 제공
'닥터 프리즈너'에서 다크한 매력을 선보인 남궁민 / 지담 제공

- ‘닥터 프리즈너’ 속 나이제 캐릭터를 비롯해 다크 히어로들이 요즘 대세지 않나. 왜 시청자들이 다크 히어로에 호응을 보낸다고 생각하나.
“외국 쪽에서는 10년 전부터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동방예의지국이지 않나. 그동안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착하고 여자주인공은 캔디형이었던 것 같다. 또 옛날에는 매체가 공중파 3사 밖에 없지 않았나.

‘아무리 주인공이라지만 나 같아도 저렇게 했을거다’라는 동질감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다. 다크히어로 같은 캐릭터는 그런 요소를 조금 극대화 시켜서 자신이 할 수 없는 복수와 같은 것들을 통해 갈증을 해소 시켜주는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복수를 하는 것은 좋은데 결국엔 용서가 있어야 그 복수에도 어떤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김병철(선민식 역), 최원영(이재준 역)과 긴장감 넘치는 호흡을 보였다. 현장 케미는 어땠나.
“호흡은 너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대사는 긴장이 있다. 개인적으로 연기하기 힘들었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최)원형이 잘 메꿔줬다. 선(민식) 과장님은 ‘닥터 프리즈너’가 어떤 드라마라는 걸 정해준 것 같다. 처음에 선 과장님과의 호흡을 굉장히 중요있게 생각해서 형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촬영하면서 긴장감을 어떤 식으로 줘야할 지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런 면에서 김병철이란 배우는 너무 열려있는 사람이었고, 같이 연기를 또 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나이제' 역을 몰입도 있게 소화해낸 남궁민 / 935 엔터테인먼트 제공
'나이제' 역을 몰입도 있게 소화해낸 남궁민 / 935 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과장’ 종영 인터뷰 당시 ‘앞으로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연기적 부분에서 달라진 것을 느끼고 있나.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나싶다. 보는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여태까지 했던 작품을 많이 보는 편이다. 과거 출연작을 보다보면 ‘왜 저렇게 연기했지’ 하는 것들이 많다. ‘김과장’을 보고서는 조금 만족도가 높다. 노출도 많이되고 대양한 캐릭터를 하다보니 또 새로운 모습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가 있다. 하지만 ‘김과장’이라는 캐릭터는 그 전에 했던 캐릭터하고는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난다.

스스로는 뭔가를 느꼈다고 하더라도 연기라는 것이 혼자 늘었다고 해서 잘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없는 것 같다. 작가님이 쓴 의도와 감독님의 연출하는 의도가 내가 구현해낸 캐릭터와 맞아 떨어져야한다. 어떤 작품 같은 경우에는 제가 (캐릭터를) 잘못 생각해서 오히려 작품을 망쳤을 수도 있다. 연기가 좋았고, 늘었다기 보다는 어떤 것에 대한 깨달음이 좀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  ‘김과장’ ‘닥터 프리즈너’ 속 남궁민이 소화한 캐릭터들은 불의를 잘 안 참는 성격이다. 평소엔 어떤가.
“평소에는 불의를 많이 참는다. 직업적인 부분에서 불의에 대해 반응하면 오해를 살 수밖에 없지 않나. 말 한마디에 대해 사람들은 다 ‘그렇구나’라고 생각한다. 저도 사람들 모여 있을 때 누군가 흉을 보는 게 재미있지 긍정적인 면만 이야기하면 재미없다. 하지만 직업적인 부분에서 평소 불의는 감수해야하는 것 같다. 다만 현장에서는 불의를 보면 절대 안 참는다. 어떤 일이 있어서 잘못된 것은 꼭 따져야한다. 교통정리를 하지 않으면 계속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양보하지 않는 것 같다.”

- 살펴보고 있는 차기작이 있나.
“전에 함께 작품 했던 감독님들, 작가님들과 통화는 많이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올해 말이 되기 전에 촬영을 들어가지는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 ‘나이제’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었음 좋겠다.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

- 어느 덧 나이 42세에 접어들었다. 40대가 되면서 연기적인 부분에 변화가 생긴 것이 있나.
“전에는 배우들과 만났을 때 연기 이야기를 안했다. 그런데 40세쯤부터 편안하게 물어볼 수 있는 것 같다. 연기자가 서로 자존심 때문이라도 연기적인 부분을 물어보기가 힘들지 않나. 믿는 사람들과는 연기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편이다. SBS ‘조작’(2017) 촬영할 때도 (유)준상이 형에게 많이 물었다. 준상이 형이 뮤지컬을 해서 소리적인 부분을 많이 깨우치고 계시기 때문에 소리적인 부분을 많이 물어봤다. 형하고는 연기에 대해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하게 되니까 제가 어떤 작품을 들어갈 때도 물어볼 수 있는 것 같다. 배우 정문성에게도 ‘닥터 프리즈너’ 편집본을 보여주고 의견을 물은 적이 있다. 자존심을 지키면서 ‘나 혼자 연기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린 지 좀 된 것 같다.”

어느 덧 데뷔 20년차에 접어든 배우 남궁민 /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덧 데뷔 20년차에 접어든 배우 남궁민 /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러한 생각 변화가 있게 된 계기가 있나.
“(메인 주인공이 아닌) 두 번째 주인공을 많이 했을 때는 작품을 보기 보다는 내 연기를 위주로 연기 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주인공을 하지 않았다. 단역, 조연을 거쳐 주인공을 하게 됐다. 주인공을 하게 됐을 때 느껴지는 책임감이 엄청 크게 다가왔다. 단순히 내 연기만을 가지고 임할 건지 작품 전체를 위해 연기를 할 것인지는 작품의 성패가 걸릴 만큼 차이가 너무 컸다. 시청자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 됐을 때 출연진들도 보여지게 된다. 안 좋은 작품으로 기억 남으면 출연진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잃는 거다. 그러다 보니 제 연기에만 신경 쓸 시간 자체가 줄어들더라.”

- 현재로서 품고 있는 목표가 있나.
“연기적인 부분에서 얻고 있는 스트레스 혹은 노력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배우로서 준비하는 과정을 애인처럼 느끼고 있었으면 좋겠다. 연기라는 것이 불편한 감정들을 편안하게 풀어내서 어떤 캐릭터가 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것들을 계속 분석하면서 알아가야 할 것 같다. 미묘한 차이지만 이런 것들이 스스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출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일단 연기하는 것을 사랑한다. 1년에 1편~1.5편은 꼭 하려고 한다.

스스로 기름칠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발전이 있겠나.

2001년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를 통해 데뷔한 남궁민은 어느덧 20년 차 배우가 됐다. 이제는 쉬엄쉬엄 달려가도 될 법도 할 터. 하지만 남궁민은 1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에서 연기적인 부족함에 대한 고충을 끊임없이 토로했다. 자신에 대한 채찍질을 아끼지 않는 남궁민, 소름끼치는 ‘나이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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