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금속노조의 집회에서 경찰과 충돌사태가 빚어졌다. /뉴시스
지난 22일, 금속노조의 집회에서 경찰과 충돌사태가 빚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에 대한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분주하게 진행 중인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측의 움직임 또한 점차 격화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일방통행식 매각 추진이 자칫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2일, 금속노조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및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날 결의대회엔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 노조와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 등이 참석했다.

이후 이들은 서울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현대중공업까지 행진을 벌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회사 건물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다행히 더 큰 충돌로 번지진 않았으나, 경찰 등 10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폭력사태를 빚은 조합원 12명을 연행했으며, 이 중 10명은 석방하고 나머지 2명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계속 조사 중이다.

이처럼 대우조선해양 매각 및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는 한편,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해당 지역의 분위기는 더욱 ‘초긴장’ 상태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지역에서는 이미 현장실사를 저지하기 위한 방어선이 구축됐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시민단체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부터 현장실사를 막기 위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사무소와 조선소 6개 출입문에 ‘실사저지 투쟁단’이 배치된 상태다. 지난달 26일엔 특수선사업 견학차 대우조선해양 조선소를 방문했던 현대중공업 관계자들이 출입을 저지당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지역도 뒤숭숭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된 물적분할 계획 및 본사 이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2일엔 울산시청 광장에서 이와 관련된 범시민촉구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반대 및 우려의 목소리는 앞서 발표된 대우조선해양 매각 및 이후 계획에 기인한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대우조선해양 매각 및 인수 추진을 깜짝 발표했다. 방식은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함께 출자해 중간지주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에 현대중공업, 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을 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시민들은 그동안의 희생을 깡그리 무시한 매각 추진이자 재벌에 대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동종업계 경쟁사로의 매각이 향후 고용불안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물적분할이 고용불안 및 근로조건 악화를 불러올 수 있고, 중간지주사에 의한 착취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한 울산지역에서는 중간지주사의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상당하다.

무엇보다 이들의 불만은 불통과 일방적 강행에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현대중공업 측과 물밑협상을 이어오며 매각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이동걸 회장이 묵은 과제를 풀기 위해 총대를 멨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검토 과정은 물론 매각 추진 발표 이후에도 현장 및 지역사회에 대한 대책 제시나 설득은 없었다. 매각 추진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매각 추진 발표 이후 각계에서 제기된 우려까지 줄곧 외면하는 것은 오히려 반발만 키우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매각과 관련한 굵직한 일정들이 임박하면서 자칫 더 큰 갈등 및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물적분할 및 본사 이전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현장실사 역시 일정상 더 이상 미루기 힘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원회는 “현장실사를 강행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오로지 현대 재벌을 위한 특혜임을 확인시킬 뿐”이라며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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