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 뉴시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공무원 휴대폰 사찰 관련)에서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논란이 됐던 강효상 의원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5월 7일에 있었던 한·미 정상 간의 통화 내용을 공개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태가 정치권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강 의원은 출신 고등학교 후배인 현직 외교관에게 해당 내용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공개된 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유출자가 ‘외교상 기밀누설죄’를 위반했다는 판단 하에 징계 내지 형사고발까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내용을 공개한 강 의원도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강 의원이 공개한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은 ‘3급 국가기밀’에 해당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은 한·미 간 신뢰를 깨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안보문제가 굉장히 민감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3급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누설된 것은 한반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강 의원에게 해당 내용을 유출한 외교관을 색출하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가 실시한 ‘보안조사’ 방식을 문제 삼고 나섰다. 외교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아 통화 기록을 분석한 방식이 공무원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감찰 방식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행정조사기본법·특별감찰관법·형사소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제도적인 개선도 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청와대 특별감찰반 진상조사단’은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 주재로 회의를 열고 외교부 공무원 보안조사에 대한 문제점을 상세히 지적했다. 홍일표 의원은 “외교부 공무원에 대한 휴대전화 조사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영장주의 원칙을 잠탈(潛脫·원칙을 회피하는 것)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라서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들이 영장주의 원칙을 잠탈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빅브라더’화 하고 있는 청와대의 권력을 국회가 적극 제한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정기관이 필요한 정보·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진행하는 ‘행정조사’의 경우 영장 발부 없이도 압수·수색에 가까운 조사가 가능하다. 법제처 법령입안심사기준에 따르면, 헌법에 규정된 ‘영장주의’는 형사절차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해석이다. 한국당은 이 같은 행정조사의 예외적 관행이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관련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사 출신인 정점식 의원은 “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에 대한 행정조사 관행을 되돌아보면 영장주의 예외를 너무 쉽게 인정해왔다. 행정조사의 경우 애초 영장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 및 다수설에 따라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가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압수수색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고 있음에도 영장을 요하지 않는 행정기관조사법이 사실상 영장주의를 해칠 수 있는 ‘백도어’(뒷문)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역시 검사 출신인 최교일 의원은 “기본적으로 수사나 조사에서 임의제출 받는 경우를 전혀 금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히 휴대전화의 경우에는 임의제출을 받을 때 서면으로 자발적 동의를 받아야 하고 반드시 그 조사범위를 정해야 한다”며 “그 조사범위를 넘는 부분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내용을 조사할 때 반드시 당사자·대리인이 참여해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해서 다시는 인권침해가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강 의원은 이번 사태를 ‘야당 국회의원의 정당한 의정활동’으로 규정하고 ‘정면돌파’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청와대는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을 통해서 본 의원을 무책임한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한미정상 통화내용이) 사실무근이라며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야당 의원을 사실상 겁박했다”며 “그런데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해놓고 기밀누설을 운운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강 의원은 “청와대는 저와 국민에게 분명히 사과부터 해야 한다. 청와대의 공무원 감찰은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고 있는 공직사회에 대해 겁박하고 공무원과 야당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라며 “정부의 무능외교를 비판해온 본 의원에 대한 보복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 방해는 있을 수 없는 일로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조사 방법에 대해서 휴대전화 조사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고 이뤄졌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며 “(통화내용 사실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원본과 비교를 해야 하는데 원본을 공개하는 것 자체가 기밀 유출이기 때문에 소상히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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