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가 경쟁을 펼치며 실적 반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1분기 저조한 실적한 거뒀다.
최저가 경쟁을 펼치며 실적 반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1분기 저조한 실적한 거뒀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10원 전쟁’까지 불사하며 초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는 대형마트의 비명이 커지고 있다. 어린이 한 명쯤 거뜬히 들어 갈만한 큼지막한 카트에 물건을 담는 재미보다, 온라인 쇼핑을 통한 간편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앞날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 맥 못 추는 오프라인, 온라인은 ‘승승장구’

업황 부진이라는 공통의 고민을 떠안고 있는 유통업계의 머리가 더 아프게 됐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첫 분기, 변변찮은 성적을 거두면서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 1위 이마트는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익이 전년 대비(1,535억) 절반 이상 빠진 743억원에 그치면서 업계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마트가 2011년 신세계의 대형마트 부문에서 인적분할 된 이래 1분기 영업익이 1,000억원에 미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사업부인 대형마트가 부진한 탓이 컸다. 호텔‧리조트 등 피출자회사를 제외한 순수 이마트의 영업익은 34%가 줄었다. 전체 당기순이익(697억)도 2017년 1분기 때 보다 44% 줄었다.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펼쳤던 이마트로서는 힘이 빠질 일이다. 이마트는 ‘국민가격’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초저가 전략을 펼치며 소비자들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불러 모으는 데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겨울이 예전처럼 춥지가 않아서 패션 등 계절상품 매출이 좋지 않았으며, 시즌 상품 처분 행사를 하면서 이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했다. 롯데쇼핑에서 마트 사업이 포함돼 있는 할인점의 지난 1분기 영업익은 198억원으로 전년 대비(마이너스 437억)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실제 ‘장사’를 잘해서라기 보다는 판관비와 같은 고정비 지출 등을 줄이는 경영효율화 작업 덕분으로 풀이된다. 롯데마트의 1분기 매출이 예년 대비 5,000억 가량 부족한 1조5,000억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이 같은 해석을 낳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올해 첫 사업 분기를 흑자로 마무리했다는 건 롯데마트에게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비록 매출을 반등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허리띠를 졸라매는 작업을 통해 4년 만에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는 최근 3년간 6,000억원이 넘는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에 없던 위기를 겪고 있다. 분기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홈플러스의 사정도 이들과 크게 다를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쇼핑의 메카로 불리던 대형마트의 위세가 예전만 못해진 데에는 유통 소비 패턴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쿠팡, 티몬과 같은 전통의 이커머스 업체에 새벽배송을 정착시킨 마켓컬리 등 신흥업체가 등장하면서 온라인의 힘이 커졌다. 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유통업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 증가했다. 오프라인 유통채널 중 편의점과 SSM, 백화점 매출이 모두 상승했지만 대형마트만 나홀로 3.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이 온라인 유통 채널을 견제할 만한 수단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지, 뚜렷한 실적 증대 효과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계속해 동종 업체들 간 최저가 경쟁을 펼치는 건 제 살을 깎아먹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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