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6 18:50 (금)
[하도겸의 문예노트] 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 이철승 작가가 전하는 ‘불화’ 이야기
[하도겸의 문예노트] 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 이철승 작가가 전하는 ‘불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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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24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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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칼럼니스트
하도겸 칼럼니스트

다시 덧칠을 할 수 있는 서양화와는 달리 동양 미술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그 가운데 불화는 특히 선이 강조되기에 마음먹은대로 그리려면 밖은 물론이고 내면적으로도 스스로가 고요하지 않으면 좋은 선을 그릴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늘 선 하나하나를 수행하듯이 그려야 한다. 불화가들은 스스로 자기 안의 부처님을 모시는 마음으로 정성껏 복을 짓는 기도하는 수행의 일환으로 불화를 그린다.

어쩌면 부처님을 그리는 마음은 탐진치 삼독(三毒) 즉 탐내는 욕심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의 세 가지 번뇌를 여의는 수행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결국 욕심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수행으로 결국 부처님을 완성하며 스스로가 부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도 고통으로 삶에 지치고 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이들에게 신성한 ‘불화’를 보여주고 선사하는 작업은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맑고 아름다운 향기를 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예부터 사찰에서 불화를 그리릴 때에는 일주문을 비롯한 도량 전체에 금줄을 쳤다고 한다. 잡되고 사악한 기운이 경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자 하는 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표현한 것이다. 생활선이라고 하여 일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고통 속에서 평상심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고통의 바다 가운데서도 짬을 내어 불화를 그리는 것은 일상 속에서 부처님과 하나 되려고 하는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과정에서 환희심을 느낄 수 있기에 불화 그리는 분들은 정말 행복할 것만 같다.

사진은 이철승 작가와 그가 그린 ‘수월관음도’ 부분도.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사진은 이철승 작가가 그린 ‘수월관음도’ 부분도.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1997년 이래 2,000여명의 일반인들에게 불화를 가르치며 행복의 길을 걸은 이가 바로 이철승 작가다. 이 작가는 ‘불교미술로 마음 수련해요’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불교 미술의 대중화와 생활화에 앞장서고 있는 무우수 아카데미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불교 예술의 진수를 만나게 하기 위해 기획한 두 번째 전시회의 제목은 ‘꽃피우다’의 대표적인 꽃 가운데 하나였다. 제자인 이연숙 원장에게 ‘무우수’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여기서 조선불화를 가르치고 있는 이철승 작가였다. 그가 늘 전통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약효당 금호스님, 문성당 보응스님, 금용당 일섭스님, 단청장 송곡 조정우 선생과 법성 김의식 선생의 계보를 잇고 있는데서 알 수 있다. 그의 법호 일현(一玄)은 “불화를 하는 사람이니까 선으로 천지를 감동케하라”고 하며 길상사에 계셨던 법정스님스님께서 주셨다고 한다.

150여 곳에 불화를 봉안한 이 작가는 강진 무위사의 칠성탱과 신중탱을 그릴 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1990년에 독립하고 3년도 안되었지만, 정말 신심을 다해서 그렸다. 사찰 자체가 국보고, 벽화도 많고 유명한 기도처여서, 부족한 실력이지만 열정을 다해서 그린게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철승(사진) 작가는 1997년 이래 2,000여명의 일반인들에게 불화를 가르치며 행복의 길을 걸어왔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이철승(사진) 작가는 1997년 이래 2,000여명의 일반인들에게 불화를 가르치며 행복의 길을 걸어왔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제공

부처님 일대기를 그리는 게 꿈이라는 그는 양산 통도사 등의 팔상도 등을 참조해서 자신만의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이전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초안을 잡아서 부처님 일대기를 다시 읽고 출초를 하여 세상에 하나뿐인 팔상도를 그리고 싶은데 이럴 인연을 만나려면 더 실력도 키워야 하고 모실 수 있는 사찰과 스님과의 시절인연도 닿아야 한다고 겸손하게 전한다.

“불화는 제 삶 그자체이며 전부입니다. 제 인생은 불화를 떼어놓고 말할 수 없고 불화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어요”

그는 예술로 시작했지만 요즘은 도상이 실려 있는 소의경전에 관심을 갖게 되어, 법화경, 화엄경 등을 읽고 있다. “아 이런 내용이 그렇게 구현된 것이구나!”라며 무릎을 치곤 한다. 산신탱화, 산왕대신도, 독성탱 등에 들어갈 산수를 그리기 위해 등산을 취미로 삼았다는 불화 외길인생인 그가 그릴 세상의 하나뿐인 팔상도가 벌써부터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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