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1일 제18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에 선임된 박재식 회장은 저축은행업계의 과도한 규제완화부터 예금보험료 인하, 부동산 대출 규제 등 여러 현안과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 저축은행중앙회
지난 1월 21일 제18대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에 선임된 박재식 회장은 저축은행업계의 과도한 규제완화부터 예금보험료 인하, 부동산 대출 규제 등 여러 현안과제 해결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 저축은행중앙회

시사위크=김정호 기자  취임 5개월을 맞이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소통경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취임 당시 핵심과제로 내걸었던 ‘규제 완화’를 위해 전담조직을 신설한 데 이어, 금융당국과의 상견례 자리도 주선하며 스킨십을 강화하는 등 업계에 산적한 과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저축은행 업계가 각종 규제로 손발이 묶인 상황이라는 점에서 박 회장의 이 같은 노력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 최대 과제 ‘규제완화’ 위해 구슬땀

“저축은행중앙회는 단기적으로 저축은행의 과도한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입니다. 저금리 체계에서 저축은행에 과도하게 부담되는 예금보험료 문제와 은행과 차별성이 없는 대손충당금, 부동산 대출 규제 문제 등에 대해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 1월 취임한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 회장은 3년 임기 동안 추진할 핵심 과제로 ‘예금보험료율(이하 예보료) 인하’를 내걸었다. 박 회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저금리 체제에서 저축은행들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규제 완화 1호 대상”이라고 지목하며 “단기적으로는 금융당국 등과 협의, 저축은행 관련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토록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예금보험료’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이를 것을 대비해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은행예금에서 빼가는 ‘보험료’ 명목의 돈을 말한다. 현재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0.40%로, 시중은행(0.08%)의 5배 수준이다. 당국은 지난 2011년 터진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국민경제가 크게 흔들린 경험이 있어 저축은행들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 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계는 자산건전성이 개선된 만큼 시대에 맞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박재식 회장은 이를 위해 장·단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상태다.

당장 조직 손질부터 시작했다.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 3월 실시한 첫 조직개편에서 예보료 인하 등 규제완화 담당부서를 최근 신설했다. 경영지원본부 내 영업규제 개선을 전담하는 ‘영업지원부’와, 공동업무 지원을 담당하는 ‘업무지원부’를 중심으로 전국 79개 저축은행 회원사들의 지원 강화에 나섰다. 향후 이들 부서를 중심으로 저축은행업권 내 공통 이슈인 예보료 인하와 영업권역 제한 완화 업무 등이 다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 부서는 예보료와 관련해선 형평성과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고 외부용역 발주도 검토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금융당국 설득에 필요한 논리 개발을 위한 차원으로 분석된다.

리스크관리 강화 및 IT서비스 품질향상을 위해 금융리스크팀과 IT서비스개선팀도 신설했다. 최근 IT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관련 부서를 강화하고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금융당국 및 정치권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박재식(왼쪽)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 장소로 입장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금융당국 및 정치권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저축은행 CEO 간담회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박재식(왼쪽) 저축은행중앙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간담회 장소로 입장하고 있는 모습 / 뉴시스

◇ ‘정치권 교감’ 및 ‘회원사 소통’ 적극행보 눈길

금융당국 및 정치권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박재식 회장은 지난달 18일 민병두 정무위원회 위원장과 20개 주요 저축은행 대표와의 조찬 간담회를 주선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저축은행 업계의 현황, 애로 및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국회 정무위원장이 저축은행 대표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것은 근래 들어 처음이다.

위성백 예금보험공사 사장과도 대화 물꼬를 텄다. 두 사람은 지난달 만나 오찬을 함께 하고 ‘재회’를 약속했다. 예보료 인하가 최대 현안인 상황에서 양측의 만남은 큰 의미를 가진다.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업계가 요구하는 ‘예보료 인하’에 부정적 입장인데, 양측 대표가 회동함으로써 이 같은 분위기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대화 물꼬가 트인 만큼 차후 회동이 협상의 연장선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회원사간 협력과 소통을 위한 노력도 중요시 여기고 있다. 박재식 회장은 79개 저축은행 회원사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해 취임 직후 전국 6개의 영업권으로에 위치한 지부를 일일이 방문해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듣는 등 소통에 앞장 서고 있다.

박재식 회장은 이와 함께 저축은행 업계가 직면한 중장기 과제인 저축은행 위상 재정립, 수익 기반 확대, 온라인·모바일 추세에 맞춘 디지털뱅킹 방향 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새로운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오픈했다. 오는 7월 1일자로 시행되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관련, 자금세탁방지 관련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중앙회는 시스템 적용과 함께 저축은행이 자금세탁방지 관련 업무를 철저히 이행할 수 있도록 6월부터 저축은행 담당 임직원 교육 실시 및 내부통제시스템 지속 보완할 예정이다.

저축은행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오는 9월 저축은행 공동 풀뱅킹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기존 모바일 웹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저축은행 디지털 뱅킹 시스템’ 개편은 저축은행중앙회 전산을 사용하고 있는 저축은행의 서비스 독립성을 강화하는 작업으로, 회원사들의 공동전산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낡은 규제를 혁신하기 위한 차원이다. 박 회장은 올해 ‘모바일 디지털뱅킹’에 방점을 찍고 모바일뱅킹을 기반으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박 회장은 지난 1982년 제2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2001년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과장, 2005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실 선임행정관, 2009년 우정사업본부 보험사업단 단당과 2011년 기획재정부 국고국 국장을 거쳐 2012년에는 금융정보분석원 원장과 한국증권금융 사장을 지냈다. 업계에선 박재식 회장이 폭 넓은 금융에 대한 이해와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금융당국,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산적해 있는 업계 현안과제를 잘 해결해 갈 수 있는 적임자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재정경제부 보험제도과 근무시절 저축은행을 담당한 경험이 있어 업계의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7대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제18대 저축은행중앙회를 이끌게 된 박재식 회장. 취임과 동시에 적극적인 소통경영에 힘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그의 구슬땀이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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