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8일 간의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을 마쳤다. 하지만 당장 국회로 복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생투쟁’은 마쳤지만, ‘정책투쟁’으로 대여 투쟁을 지속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패스트트랙 철회 및 사과,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 등 국회 복귀를 위한 전제조건에도 변함이 없다. 오히려 민생투쟁 과정에서 불거진 황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권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여야 대치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교안 대표는 27일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께서 경제정책 대전환만 결단하면 우리 당이 앞장서서 돕겠다고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다. 저와 일대일로 만나서 제가 직접 겪은 민생현장의 절박한 현실을 들어 달라”며 “지금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근인 일본에서 4일이나 체류하면서도 방한 계획은 잡히지 않았다. 6월로 예정됐던 중국 시진핑 주석 방한도 취소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외교 참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런 문제도 제1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머리를 맞댄다면 그 모습만으로도 국민의 불안을 크게 덜어드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가 단독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한 상황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황 대표를 만나 국회 상황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황 대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여권이 국정을 잘 운영하고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되돌릴 길을 찾는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못 만날 이유가 없다. 그냥 만나면 간단할 것을 (여야 대표) 5자 회담, 또 민주당 대표와 한국당 대표 회담, 이렇게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 나라가 심각하게 급속하게 어려워져 간다. 만날 마음이 있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고 했다.

국회 복귀 조건으로 내건 패스트트랙 철회 및 사과 요구 역시 변함이 없다. 황 대표는 “저희는 민생을 챙기기 위해서 국회가 정상화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면서도 “국회가 이렇게 열리지 못하게 한 것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책임이다.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이에 대한 사과를 한다면 저희는 국회에 들어가서 민생과 국민을 챙기는 일을 가열 차게 해나갈 것이다. ‘이미 끝난 일이니 들어오라’고 할 수는 없다. 잘못된 부분은 고쳐야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정상화 기미 보이지 않는 국회

황 대표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당을 향한 민주당의 공세도 더욱 거세졌다. 지난 23일 전방지역 GP(감시초소)를 방문한 황 대표의 “정치권에서는 평화를 이야기해도 군은 막자고 말해야 한다. 군과 정부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는 발언과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치며 “현장은 지옥 같았다”고 밝힌 소감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의 군 관련 발언에 대해 “대놓고 항명을 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노골적으로 내란을 선동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했다. 같은 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항명이나 쿠데타를 요구하여 군인들로 하여금 군 통수권자에 반기를 들라는 무책임한 선동의 반헌법적 언사까지 쏟아내었다”고 비판했다.

홍 수석대변인은 황 대표의 ‘지옥’ 발언에 대해서는 “아무도 공감하지 못할 저주 그 자체였다”며 “흡사 ‘사이비종교 교주’들이나 할 법한 선동적 언행으로 혹세무민하며 대권놀음에 취해 있는 그의 모습에서 국민들은 절망은 본다. 종교적 색채만 다를 뿐, 무속신앙에 빠져 오방낭과 같은 주술적 행위에 집착했던 최순실-박근혜 정권의 또 다른 모습”이라고 거센 비난을 쏟아냈다.

황 대표는 이 같은 ‘막말’ 논란에 대해 “제가 보고 있는 현실을 가급적 거칠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서 애쓰고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그런 거친 부분들은 다듬어 나가겠다. 그렇지만 과잉으로 거칠게 말하거나, 과격하게 말한 적은 없다. 저는 과격한 사람이 아니다.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확신 속에서 무너져가는 서민경제를 보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만들어 낸 얘기가 아니고 민생과 국민이 겪고 있는 고통에 대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것을 정리해서 말씀을 드린 것 뿐”이라고도 했다.

한국당은 민생투쟁 대장정 중 취합한 국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방침 아래 이날 170개 건의사항을 상임위원회 별로 정리했다. 여기에는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유치원교사 처우개선 ▲고성지역 산불피해 관련 보상 ▲4대강 보 지역 농업용수 확보 등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 강효상 의원의 외교기밀 유출 논란까지 겹쳐 한국당의 국회 복귀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이날 열린 제71주년 국회 개원기념식에도 한국당은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 대치가 악화일로를 걷자 일각에선 한국당을 제외하고 6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평화당은 박주현 수석대변인 명의로 낸 논평에서 “패스트트랙에 올라간 법들은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사안들이다. 어떠한 경우도 패스트트랙 철회는 안 된다”며 “한국당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6월 1일, 4당 만으로라도 무조건 국회를 열어야 한다. 국회를 열지 않는다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국회법상 짝수인 달에는 자동으로 임시국회가 소집되지만, 여야가 구체적인 의사일정과 법안 처리 문제를 합의하지 못한 상황에서 6월 임시국회 역시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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