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추경 및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추경 및 재정운용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정부가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도에도 국가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로부터 정례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추경안 신속 통과 및 적극적 재정 조기집행”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 16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었다.

◇ 내년도 예산안 500조 돌파 전망

정부 방침에 따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처음으로 500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중지재정 운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까지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은 7.3%다. 올해 추경을 포함한 예산 476조에서 5% 정도만 증가시켜도 500조에 육박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도 “예산안 500조 시대로 진입했다고 봐야한다”고 했다.

국가 재정지출 확대에 따라 이른바 ‘적자예산’ 가능성도 커졌다. 추경예산을 포함하면 ‘세수호황’이라는 올해에도 국가재정 수입은 1,000억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안을 500조 규모로 편성할 경우, 국가채무비율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9.5%로, 확장적 재정운용을 할 경우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그간 국가채무비율 40%를 ‘안정적 재정운용’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왔다는 점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적 재정운용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도 국가채무비율을 40% 초반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40%라는 기준선을 얼마나 예민하게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비율 40% 관리의 근거를 물었다고 한다. 명확한 근거가 없다면, 국가채무비율에 구애받지 말고 보다 과감한 확대재정을 운용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참석자들에 따르면 따져 묻거나 질책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면밀하게 검토하라는 수준이었다.

◇ 안정적 재정운용 마지노선 놓고 갑론을박

기획재정부가 공식 발표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6년 기준 39.3%다.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에 따라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뉴시스
기획재정부가 공식 발표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6년 기준 39.3%다. 확장적 재정운용 기조에 따라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뉴시스

안정적 국가재정을 위한 ‘국가채무비율 40%’의 명확한 근거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시초는 유럽연합이 회원국들을 받을 때 국가채무비율 60% 이하, 관리재정수지 -3%면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것을 꼽는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점을 감안해 40%의 기준을 갖고 기획재정부가 운용했으며, 관례적으로 사용됐던 기준이 ‘코스피 2000선’과 같이 심리적 저항선으로 형성됐다는 보는 견해가 많다.

다만 일각에서는 그 조차도 결과론적인 해석일 뿐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운영 방식에 따라 국가채무비율이 국가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이 견해에 따르면 미국(207%), 일본(220%)은 물론이고 OECD 평균(113%) 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낮다고 해서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채무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공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다.

따라서 ‘안정적 국가채무비율’이라는 근거없는 숫자에 연연하기보다 국가경제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재정을 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객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60%는 위험하고 40%는 안정적이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일본 같은 경우 200%가 넘고 미국도 100%가 넘는데 국가재정이 위험하다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수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미중 무역마찰로 수출 여건도 어렵다. 가만히 둬도 민간부문에서 성장률이 1~2% 나온다면 괜찮지만 현재 상황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 (경제가) 과열됐다 싶으면 긴축하고, 위축됐다면 풀어서 성장동력을 살려 나가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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