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권혁신위원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29일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당사 이전 개소식에 함께 참석한 모습이다. /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권혁신위원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진은 29일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바른미래당 충북도당 당사 이전 개소식에 함께 참석한 모습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최현욱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전권혁신위원회’에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안철수계가 제안한 혁신위 설치안을 바른정당계가 수용하면서 혁신위 설치 필요성에는 각 계파가 모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세부사항을 놓고 이견이 뚜렷해 최종합의까지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손 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발전을 위해 혁신위 구성을 제안한 당 최고위원들의 말씀을 존중한다. 혁신위 설치는 이미 지난 4월에 내가 제안했던 바기도 하다”며 “하지만 정 의원을 최근에 만났는데 최고위원들의 생각처럼 정 의원이 선선히 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원장 자리에는 공정성·독립성·중립성이 필요하다. 당 내외를 막론하고 이에 적합한 분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며 사실상 ‘정병국 혁신위’ 안을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다.

손 대표는 “이 (혁신위) 제안을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기 전에 기자회견을 통해서 발표한 건 일종의 ‘정치공세’라고 생각한다. 이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바른정당계에 여전한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지적에 대해 “기자회견을 통한 혁신위 제안을 기본적으로 정치 투쟁처럼 판단하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다”며 “당이 갈등 국면을 극복하고 자강·화합해 총선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손 대표가 결단을 내려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 인선·성격·권한… 혁신위 설치까지 ‘산 넘어 산’

바른미래당의 내홍을 봉합하고 내년 총선을 효과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혁신위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부분에서는 손 대표와 바른정당·안철수계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위의 인선·성격·권한을 구성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계파 간 합의가 선결돼야 비로소 혁신위가 정상적으로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첫 번째 과제는 ‘혁신위원장 인선’이다. 바른정당·안철수계는 정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할 것을 주장하며 지난달 손 대표가 처음 혁신위 설치를 제안했을 당시 정 의원을 위원장으로 추천했던 사실을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지난달과 비교해 당의 상황이 급변한 점을 들어 정 의원의 위원장 임명안에 거부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손 대표의 측근인 채이배 정책위의장은 최근 방송에서 “처음에 정 의원을 손 대표가 혁신위원장으로 거론했던 당시는 패스트트랙 정국 이전이었고 그때만 해도 중립적인 역할을 해 주실 거라고 기대를 했는데 본인이 거절했었다”며 “패스트트랙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 정 의원을 중립적인 인사로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언급한 바 있다.

손 대표는 가급적 원외 인사들 중에서 혁신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을 찾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다소 난항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 고위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혁신위원장 후보로 일부 실명이 언론에 거론되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아직 없다”며 “당 상황이 워낙 혼란스럽다 보니 다들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혁신위의 성격’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손 대표는 “혁신위는 우리 당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기틀을 잡는 차원에서 구성되고 그렇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최고위원들에게 얘기했다”고 했다.

손 대표가 구상하는 혁신위가 말 그대로 당의 ‘혁신’을 위해 당의 정책 방향과 노선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해 나가는 논의의 장이라면 바른정당·안철수계의 혁신위는 ▲당 혁신과 관련된 모든 의제와 사안 취급 ▲최고위원회는 혁신위의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일종의 ‘비상대책위원회’와 동등한 수준의 체제라는 평가다.

이는 ‘혁신위의 권한’ 문제와도 연결된다. 바른정당·안철수계는 ‘전권혁신위’를 주장하고 있다. 혁신위에 손 대표의 거취 여부까지 의결할 수 있는 수준의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손 대표가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손 대표는 “혁신위원장이 어떤 인사가 되든 혁신위에서 당 대표의 거취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의 거취 문제를 꼭 명시하려는 건 아니지만 혁신위가 어떤 내용이든지 다룰 수 있어야 혁신위지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며 일부 권한만 부여한다면 누가 혁신위를 활용하겠느냐”며 “손 대표는 본인의 퇴진을 전제하는 혁신위는 없다고 못을 박는데 퇴진을 전제하지 않고 혁신위를 하는 것도 혁신이 아니다”고 언급했다.

바른미래당은 오 원내대표 주재로 내달 4일경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에 대한 세부적인 입장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오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의원들과 논의 하고 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지혜를 모아 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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