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스페셜뉴스
[한국인 노리는 마약①] 야바와 액상대마 급속 확산
2019. 05. 29 by 소미연 기자 pink2542@sisaweek.com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다. 당시 신종마약인 GHB(gamma-Hydroxybutyric acid)가 서울 대학가와 유흥가 주변에서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취재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 버닝썬 사건으로 알려진 ‘물뽕’의 정식 명칭이 바로 GHB다. 다시 말해,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에 물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근래 국내 유입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 야바(YABA)와 액상대마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신종마약의 확산 속도에 정부의 대응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마약청정국 시절은 끝났다. | 편집자주

신종마약으로 알려진 야바와 액상대마는 투약이 간편하고 환각성이 강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화 마약왕 스틸컷
신종마약으로 알려진 야바와 액상대마는 투약이 간편하고 환각성이 강해 국내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영화 마약왕 스틸컷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마약사범들이 마약 유통 과정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법은 ‘던지기’다. 마약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가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두고 찾아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현장을 수사관이 덮친다고 해도 허탕을 치기 일쑤다. 마약을 갖다놓은 사람이나 가져가는 사람이 실제 판매자와 구매자가 아닌 제3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부름꾼을 이용해 수사관의 시선을 따돌릴 만큼 마약사범들은 지능화됐다.

반대로 마약의 거래 과정은 간소화됐다. 과거엔 실제 투약자에게 마약이 전달되기까지 밀반입자, 운반자, 도매자, 소매자의 과정을 거쳤다. 그래서 투약자가 검거되면 점조직 구조를 역이용해 윗선을 겨냥한 수사가 가능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외래교수도 “수사를 시작하면 고구마줄기처럼 10~20명씩 검거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일선 경찰서에서 총 32년 동안 마약사범을 검거해온 수사관 출신이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 과정에서 중간 단계가 생략됐다.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SNS를 통한 직거래가 활발해진 것이다. 그만큼 마약을 호기심으로 접근하는 단순 투약자도 증가했다. 여기서 소위 ‘먹튀’ 사건은 감소했다. 판매자가 돈을 받고 종적을 감추는 사기 사건이 종종 발생했던 과거와 달리 ‘신용’을 강조하고 있다는 게 윤흥희 교수의 설명이다. ‘마약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하는 사람은 없다’는 속설이 증명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 부유층서 액상대마를 찾는 이유

결국 ‘단순 투약자’에서 ‘상습 투약자’로 넘어가는 것은 순간이다. 이때부터 마약사범들은 수사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게 되는데, 고민의 결과는 신종마약으로 이어진다. 화학적 변이를 통해 마약 감정을 피하고,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최근엔 투약 방식이 간편하고 흔적이 남지 않는 마약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야바와 액상대마다. 두 신종마약은 기존의 전통 방식인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압수된 야바는 4031.61g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압수된 628.98g에 비해 540.98% 증감률을 보였다. 국내 마약 시장에서 야바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 검찰통계시스템 마약류압수실적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압수된 야바는 4031.61g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압수된 628.98g에 비해 540.98%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마약 시장에서 야바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 검찰통계시스템 마약류압수실적

야바는 알약 형태다. 필로폰 성분과 카페인 등을 혼합한 합성 마약이다. 환각성과 중독성이 강하다. 제조지인 태국에선 ‘미친약’으로 불린다. 태국은 골든 트라이앵글(태국·미얀마·라오스) 가운데 하나로, 세계 최대 마약밀매 조직 두목인 쿤사의 활동 지역이었다. 야바 역시 쿤사가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약사범들의 검거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야바가 유명해졌지만, 국내에 밀반입이 시작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 최초 적발된 때가 2004년 8월이다. 당초 국내에 체류하는 태국인 노동자들이 업무 스트레스와 가족에 대한 향수 등을 잊기 위해 야바를 들여왔으나, 이들이 내국인에게 판매하면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태국인 노동자들이 공급책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면 액상대마는 국제 우편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공급책을 명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야바와 달리 투약자 대부분이 부유층으로 확인된다. 실제 국내 적발 사례에도 재벌가 손자들이 자주 등장했다. SK그룹 3세 최모 씨, 현대그룹 3세 정모 씨, SPC그룹 허모 씨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해외유학을 통해 마약을 처음 접했다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도 액상대마를 흡입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빅뱅의 멤버 탑이 대표적 사례다.

액상대마는 일반 대마초보다 환각성이 강하다. 일반 대마초는 대마 함유량이 액상대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대마가 다른 마약류에 비해 환각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농축 효과에 따른 액상대마의 환각성은 기존의 40배 이상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마 특유의 냄새도 약하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대마초보다 수 십 배 비싼 가격이다.

◇ 태국산 야바의 밀반입 규모 ‘껑충’  

액상대마는 재벌가 3세의 기소 파문으로 국내에 알려졌으나, 사실 해외 유학생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영어권 일부 지역에선 대마가 허용돼 유학생들이 죄책감 없이 접할 수 있다. / 뉴시스
액상대마는 재벌가 3세의 기소 파문으로 국내에 알려졌으나, 해외 유학생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유명했다. 영어권 일부 지역에선 대마가 허용돼 유학생들이 죄책감 없이 접할 수 있다. / 뉴시스

윤흥희 교수는 “영어권 일부 지역에선 대마가 허용돼 유학생들이 죄책감 없이 접할 수 있다”면서 “국내에선 대마를 액상으로 만드는 기술이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돼 해외에서 직접 들여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등에선 대마성분 의약품에 대해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속인주의에 따라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 법률로 처벌을 받게 된다. 귀국 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관세청에 따르면, 대마류는 지난 한 해 동안 59.9kg 적발돼 전년대비 중량 342%가 증가했다. 야바의 밀반입 실태는 더 심각하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마약류압수실적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압수된 야바는 4031.61g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압수된 628.98g에 비해 540.98% 증가율을 보였다. 국내 마약 시장에서 야바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일반 직장인과 주부, 심지어 학생들까지 마약에 노출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서 관세청은 ‘2018년 마약류 밀수단속 동향’을 발표하며 ▲동남아 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 및 수입화물에 대한 정밀검사 확대 ▲북미지역에서 반입되는 해외특송과 국제우편물에 대한 집중단속 실시 ▲검찰·세관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공항과 항만으로 들어오는 마약류 단속 등을 대책안으로 내놨다.